실상은 적어놓은 것보다도 더 많다.
첫째, 티눈과의 어쩔 수 없는 타협
티눈과의 힘겨운 전쟁 중임을 몇 번 언급했었다.
티눈은 중병은 아닐 수 있지만 생활에 많은 불편함을 주고
잊어버릴만하면 여기 내가 있다고 통증으로 알려준다.
그나마 냉동 동결 치료와 발가락 양말 사용
그리고 방학이라 예전처럼 많이 걷지 않는 등의 변수로 그만그만한 상황이다.
오늘에서야 나는 눈을 뜨고 치료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냥 눈을 감고 있었다.
보면 더 무서워서 몸에 힘이 들어가고 그러다보면
의사 선생님의 처치에 반응을 하게 될까 싶어서였다.
오늘은 용기를 내어 처치 과정을 살펴보았다.
란셋으로 나의 티눈 부위를 얇게 포 뜨는 것처럼 떼낸다.(이게 실력이지 싶었다.)
아주 얇게 그리고 순식간에 떼내어야 통증이 심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세 곳의 티눈 흔적을 떼어내고는
냉동 질소 스프레이를 10여차례 꼼꼼하게 뿌려준다.
차갑기도 하고 쓰라리기도 하나 다행히 피는 안난다.(이게 진정한 외과 칼잡이의 실력이다.)
올 겨울은 이정도로 티눈과의 어쩔수 없는 타협에 들어가볼까 한다.
날이 따뜻해지면 훨씬 나아질 것이고(경험상 그렇다.) 보기 흉해도 발가락 양말을 계속 신고 다닐 예정이다.
그리고 1월에서 2월까지의 티눈과의 전쟁 내역을 뽑아달라해서
교직원 단체 보험 실비 청구 서류를 보내려고 준비를 마쳤다.
이것은 서울시교육청 교사라면 누구나 강제적으로 들어야하는 보험이었는데 나에게는 2월까지만 해당된다.
이번 주에 처리하는 것이 맞다.
둘째, 얼마 되지 않는 복지 포인트 청구
1년에 소정의 금액을 복지 대우 차원에서 사용한 금액을 돌려준다.
온누리상품권도 주고 포인트를 현금화해서 주기도 한다.
올해 나는 1년중 2025년 1월과 2월만 해당하므로
그 기간에 해당하는 금액만 복지포인트를 청구할 수 있다.
오늘 행정실에서 사전 작업을 완료했다고 톡이 와서
잊어버리기 전에 가족 행사로 사용한 식사 비용을 청구해두었다.
아마 3월말 쯤 잊어버리고 있으면 입금될 것이다.
2월 여러곳으로 간 아주 조금의 출장비도 입금되면 좋겠다.
(출장비는 예산이 있으면 주는 것이고 없으면 안 줄 때도 있다. 2월에는 대부분 학교에 돈이 없다.)
그때쯤 빠르면 2024년 성과급도 입금될 것이다.
그것으로 나의 근무에 따른 수당은 모두 마무리 되고
그 이후 입금은 공무원 연금이 유일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물론 좋겠지만...
셋째, 업무 시스템 최종 정리
내부 업무 시스템에 접속하는 인증서가 3월 1일로 소멸될 예정이다.
나의 취미생활 중 한 가지였던 공문 살펴보기도 이제
할 날이 며칠 남지않았다.
그리고 그 시스템 하에서 사용했던 교육청 메일도
사용 불가가 된다.
학교에서는 외부 메일을 접속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 교육청 메일 계정이 꼭 필요했지만
주고받은 메일을 살펴보고 삭제할 것과 남겨야 할 것을 살펴보고 정리하는 중이다.
금요일에 마무리하면 되겠다.
마지막으로는 우리학교 교직원 단톡에 인사를 남기는 일을 해야한다.
28일 금요일 네시반 쯤.
<그동안 감사했다. 학교의 발전을 기원한다.>
이런 내용의 단촐한 톡을 한 줄 남기고
곧장 단톡에서 조용히 나가기를 누르면
나의 공적으로 마무리해야할 일들이 모두 끝나게 된다.
금요일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담담하기도 하다.
그러나 피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것.
그 날이 올 때까지 깨끗하게 정리하는
나다운 마무리를 해야 한다.
적어본 것은 네 가지 이지만 실상은 더 많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학교에 대한 애정을 정리하는 일이
제일 중요한데 그것은
이번 주 안에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올 1,2월처럼 많은 꽃을 받아보기도
선물을 많이 받은 것도
식사 약속을 많이 잡아보기도 난생 처음이다.
그래서 며칠 남지 않은 3월이 더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추위는 조금씩 풀려가고
3월은 봄과 함께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것이다.
내가 정리하고자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정리되는 그 날도 분명 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