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무밥과 달래장
무계획적으로 시장 산책 한 시간 정도를 하고 나니 배가 살짝 고파왔다.
역시 에너지를 사용해야 다시 채울 준비를 하는 거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에너지가 넘치게 많으면 다시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지 않고 퍼지게 되어 있다.
부족해야 결핍감이 들어야 무언가를 해보려고 시도하게 되어있다.
만고의 진리이다.
시간이 넘쳐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지고
먹거리가 지천이면 농사 지을 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
집에 돈이 넘쳐나면 일 할 생각을 하지 않는 법이다.
그래도 돈벼락 한번 맞아보면 소원이 없겠다.
평생 일만 열심히 했던 나로서는...
점심은 저녁 식사를 미리 준비하여 혼밥으로 먼저 먹어본다.
이렇게 먼저 먹어보면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보완할 시간이 있다.
마치 리허설인 셈이다.
무 채썰어서 약하게 볶다가 콩나물 넣고 한숨 죽여 마치 찐 것처럼 만든 콩나물무밥이 메인이다.
거기에 며칠 전 만든 달래장을 얹어 비비고 김에 싸서 먹었다.
달래장이 더 달달하면 아들 녀석은 좋아라 하겠으나
나와 남편은 이제 혈당도 관리해야 할 나이이다.
김치는 얼마남지 않은 배추 김치와 파김치(이번 것은 조금 쌉싸름하다.)
아직 어제 담은 봄동 겉절이는 다 익지는 않았는데
저녁 식단에는 내놓을까보다.
겉절이니까 약간 채소 풋내가 나는 것도 그 맛이다.
그리고는 단백질이 너무 없는 듯 하여 아들 녀석이 주로 가지고 다니는 냉동 닭가슴살 하나를 꺼냈다.
분명 렌지에 1분 정도만 뎁히면 된다했는데 그것은 냉장실에나 상온에 있었을 때 기준인가보다.
엄청 딱딱해서 오일을 두르고 구워준 후 쌈 채소에 싸서 함께 먹었다.
혼자 먹어도 우아하게 먹자고 다시금 다짐을 하고 사진도 찍었으나
내가 만든 음식 사진을 올리자니 많이 부끄럽긴 하다.
그 사이에 뭐라뭐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좀 많이 했으니 말이다.
아직 새 그릇은 사지 못했고
이쁘게 음식 사진 찍는 법도 배우지 못했으나
앞으로 이어지게 될 나의 혼밥이 엉망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니
나의 선택에 책임을 지기로 한다.
그런데 콩나물과 무 양이 있어서인지 평소와 같은 만큼 밥을 넣었더니 배가 너무 불러서 남기게 되었다.
비빔밥이나 덮밥을 할때 주로 만나게 되는 함정이다.
밥을 평소보다 2/3만 넣어야 한다.
그래야 그 위에 올린 것과 합치면 양이 맞게 된다.
저녁 식단은 이 메뉴에 오징어야채볶음을 추가하고 아욱된장국이 준비되어 있다.
아들 녀석이 콩나물무밥에 달래장을 넣고 비벼먹을 것인지
오징어볶음을 넣고 비벼먹을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아마도 과일 디저트 정도만 저녁으로 먹을까한다.
일찍 자는데 저녁을 많이 먹는 것은 위에 부담을 주게 되어있다.
나는 수업이건 음식이건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좋아라 한다.
기본은 주어지나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선택하는 사람의 몫인 형태가 좋다.
제주 여행 유튜브에 질려서
이제는 음식 유튜브를 보고 있다.
경동 시장 맛집 특집인가보다.
이곳 저곳이 가성비 최고인 맛집들이다.
혼밥도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다음 주쯤 경동 시장 나들이를 가볼까나.
봄내음 가득한 나물들이 많을 것이다.
오늘 시장에서도 그랬다.
그 중에 최고인 쑥은 그 향기가
가끔은 매력적이고 가끔은 흙내음과 너무 비슷하다.
내가 아직 한번도 도전해보지 못한 식재료이기도 하다.
봄철에 딱이라는 제철 음식 도다리쑥국도 물론이다.
친정아버지가 봄마다 한 번씩 드셨던 음식인데
나는 식당에 모시고는 갔으나 먹어보지 않았다.
기회는 몇 번 있었는데 다른 것을 선택했던 것 같다. 생선 음식에 대한 소심증이 있다.
바닷가 출신인 아버지는 해산물 요리를 즐겨하셨고
고래고기를 찾아 부산 자갈치 시장을 몇 바퀴씩 돌아다니실 정도로 진심이셨다.
이미 뇌졸증으로 걸음걸이가 많이 불편하셨을 때였는데도 말이다.
생각할수록 우리 아버지는 미식가였던 것이 틀림없다.
내가 아버지의 미식가 DNA를 10% 정도는
물려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