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을 내보자고...
7시대 기상은 어제 하루로 끝이났다.
어제가 운수 좋은 날이었나 보다.
애써 다시 자려고 눈을 감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고양이 설이 때문이기도 했다.
아들 녀석이 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시기에는 나에게 지나치게 집착을 한다.
오늘도 새벽에 나를 깨우러 와서는
머리를 만지다가 옆에 눕기를 두 번이나 반복하니
내가 안 일어날 수가 없다.
지금은 바로 내 옆에서 고무줄 2개를 가지고
이리 저리 옮겨대면서 놀고 있다.
설이가 오매불망 기다리는 아들 녀석은 한 시간 정도 뒤에 귀국 예정이다.
(비행기가 한 시간 이상 늦어지고 있더라.
출도착 조회를 보니)
혹시 했는데 진짜로 또 눈이 왔다.
올해 마지막 눈이라는 멘트를 이미 여러번 썼던 기억이 있는데
그리고 며칠 전 엄청 따뜻해져서 이제 정말로 봄이라 생각했는데
대단한 겨울의 뒷심 작렬이다.
더운 곳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오는 아들 녀석은 더더욱 이 날씨가 춥겠다.
드라이클리닝을 해둔 패딩을 다시 꺼내 입어야하나 고민중이다.
이런 날이야말로 집에서 우아하게 연한 커피 내리고
보드라운 빵 찍어먹어야 맞는 건데
오늘은 일찍부터 중요한 일이 있다.
아마도 3월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되면 좋고 아님 말고>. 너무 간절함이 없나?
그래도 오랜만에 도파민 터지는 출근길 지하철 대열에 합류하게 될 예정이다.
혈압약을 먹고 삼십분 정도 후에 혈압과 맥박을 측정하고 기록한다.
오늘은 118-91(84) 이다.
나의 본태성 혈압의 특징은 아래 혈압이 높은 것이다.
80대로 떨어져야 하는데 아직 약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
며칠 전 청소업체 대청소날 설이에게 크게 한번 패인
목 언저리에는 상처가 볼상 사납게 생겼다.
나는 한 곳이 찍혔다고 생각했는데 줄이 주욱 갔다.
누가 보면 자해를 시도했다고 볼 지도 몰라서
(누가 내 목에 그렇게 관심이 있겠냐마는)
머플러를 꼭 두르고 다닌다.
꼭 그게 아니라도 머플러를 하는 것은 나의 목 보호를 위한 필수 과정이다.
오늘은 집에서 하는 짧은 것이 아니라 조금은 긴 패션 머플러를 하고 나설 예정이다.
오늘의 중요 행사를 위해서 바지를 하나 살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마음에 꼭 드는 바지도 없었을 뿐 아니라
봄 바지를 사기에도 그렇다고 겨울 바지를 사기에도
애매한 시기여서 그냥 포기했었다.
봄 바지를 샀더라면 아까울 뻔 했다.
오늘 날씨에 도저히 봄 바지는 아니지 않은가?
특히 대학 캠퍼스는 건물 사이 사이가 뻥 뚫려서 칼바람이 불고 더더욱 춥다.
그걸 모르는 신입생들이 얇은 옷을 입고 멋내고 다니다가 이 시기에 감기에 걸리는 것도 국룰 수준이다.
어제는 증명서 발급 관련으로 화가 났던 오후였는데
오늘 아침은 도인 수준으로 착 가라앉은 시작이다.
그런데 화가 난다는 것은 아직도 에너지가 많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운이 없고 모든 것이 귀찮아지면 화도 나지 않는 법이다.
이럴 때 에너지를 올리는 방법 중 한 가지는 맛난 것을 먹는 것이다.
추위를 이기는 방법 중 한 가지도 따뜻한 맛난 것을 먹는 것이다.
간단하게 남은 샌드위치를 먹고
대학교 앞에 가서 따뜻한 커피와 달달한 케잌 하나를 추가로 흡입해주어야겠다.
방금 아들 녀석이 인천 공항에 착륙했다고 톡이 왔다.
없던 기운이 펄펄 난다.
아직은 아들 녀석이 내 삶의 중요 부분이다.
결혼하면 딱 잘라야하는데...
(8시대의 버스와 지하철은 느낌이 또 다르다.
나는 7시 초반대였으니.
다들 절실하고 치열하다.
나도 절실함과 치열 한 스푼을 더 넣어야겠다.
일 마치고 탄 11시대 지하철은 시끄러움 그 자체이다. 왜 저리 큰 소리로 떠드는것이냐? 그래서 욕을 먹는다. 내 또래인듯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