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따끔한 일침은 필요한 것인가?

정신을 차리게 된다. 지나가다 첫번째로 새순을 본 것처럼 말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체벌에 대한 글을 쓰고 나서

오늘 하루를 보내며 든 생각을 정리해본다.

하루에 글 세 개를 올리고 싶지는 않았는데

(너무 한가한게 표가 날 듯하여)

글에라도 쓰지 않으면 화가 풀릴 것 같지 않다.

무난하고 심심하고 평온한 하루에 감사하며

잔잔하게 살고 싶었는데...


내일은 나에게 행복한 재취업의 기회가

주어지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일정이 하나 있다.

제주에서 우당탕탕 준비한 서류 준비에 빠진 것이 있어서 혹시 몰라서 오늘 준비해서 챙겨가려 했다.

물론 쓰임새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만.

대학교 출강 경력서이다.

모교 것은 지난번에 준비해서 냈는데

다른 두 곳은 오늘 주민센터에 가서 준비하려

10시에 집을 나섰다.

주민센터에서 이런 증명서를 모두 취급해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일선 학교 행정실에서도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기반은 정부24라는 플랫폼이다.

그런데 가끔 사용하는 그곳에서 어디서 찾으면 되는지를 직관적으로 알기에는 쉽지 않다.

검색창에 경력 증명서라고 쳐도 나오지 않는다.

깔끔하게 주민센터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가기 전에 이미 오늘 서류가 필요한 S대와 D대의 담당자에게 전화문의를 끝낸 것이 10시 이전이다.

두 곳에서 모두 주민센터를 활용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집을 나선 것이다. 나름 나도 철저한 스타일이다.


주민센터에 가서 서류를 신청하고

정부24 카톡으로 접수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 두 개가 날라온 시각은 10시 18분이다.

두 대학 중 어디인지 알 수는 없으나

한 곳에서는 곧장 처리중이라고 메시지가 오고

처리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온 것이

10시 22분이다. 담당자가 깔끔하다.

한 곳에서만 메시지가 와서 일단 다른 한 곳의 처리를 기다려보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오후 2시가 넘어서도 다른 한 곳에서의 메시지가 오지를 않는다.

나는 일단 다시 주민센터를 가보기로 했다.

메시지 하나에 두 건의 내용을 모두 담았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럴 리가 없다.

역시 한 곳의 서류만 오고 다른 한 곳은 오지 않았다.

한 장의 서류만 찾아 나오면서 다른 한 대학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오늘 그곳으로의 두 번째 전화이다.

오전에 전화받은 담당자의 목소리가 맞다.

지극히 가라앉고 작은 목소리가 기어들어가서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 똑같다.

아직 서류 처리가 안되었다고 조용히 이야기를 했더니

이름을 확인하고는 10분안에 처리해주겠다고 한다.

나는 역시 정중하게 처리를 부탁드린다고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처리중이라는 톡이 왔다. 이제는 되었지 싶었다.

그런데 약속한 10분에 10분이 더 지나서 총 20분이 되어도 완료되었다는 톡이 오지 않는다.

나는 이미 주민센터 주위를 삼십분째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다시 집에 갔다오기에는 시간이 애매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22분이 지난 후 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약속했던 시간 10분의 두 배를 기다려준 셈이다.

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서류를 발송했다고 느릿느릿 이야기 했다.

완료되었다는 톡이 안왔다고 하니 그게 톡이 오냐고 반문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참고 있던 화가 폭발하였다.

아니 처리중이라는 톡은 그럼 누가 누른 거냐고 물었다.

처리중 톡은 왔는데 완료되었다는 톡은 안왔으니

나는 당연히 도착 여부를 알 수 없지 않냐고 했다.

그 완료 톡은 그럼 누가 누르는 거냐고 물었다.

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한다.

나는 일침을 날렸다.

지금 가서 서류가 도착하지 않았으면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다행히 서류는 발급되어서 팩스로 도착되어 있었다.

민원 제기는 하지 않아도 된다.

다행이지만 이미 난 화를 다스리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더 웃기는 일은 내가 서류를 찾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그 시간에 그렇게 기다리던 처리 완료 톡이 왔다.

누가 누른 것일까?


1월 1일을 기점으로 인사 이동이 있는 기관에

1월 초에 방문하면

아직 채 자신의 업무를 인지하지 못하여

담당자가 우왕좌왕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2월인가를 기점으로 인턴들이 들어오는 대학병원도

그 시기에는 혼란이 있다고들 했다.

그 때 아프면 고생한다는 말이 떠돌았다.

그렇다면 대학교 교직원은 3월 1일자 발령인 것일까?

오늘이 3월 3주차인데 이런 케이스를 처음 해본 것일까?

자신의 업무 매뉴얼을 전혀 숙지하고 있지 않은

이런 경우를 만나면 나는 화를 참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고생많으십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좋게만 이야기해야 할 것인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본인의 업무태만을 인지나 하게 될까?

나는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것이

그 사람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오늘 나의 일침으로 이런 종류의 일처리 매뉴얼은 머릿속에 확실이 박혔을 것이다.

직장인들이여... 자신의 일은 꽤 차고 있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게 월급을 받는 이유이다.


(아직도 화가 조금은 남아있다.

믿었던 S대에서 그런 일을 하다니 더욱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출강확인서를 확인해보니

2004년부터 2015년까지 3개의 대학에서 정말 많은 강의를 했구나 새삼스럽다.

2015년 미래학교로 이동하면서 새롭고 중요한 일 때문에 강의에 소홀해질까봐 2016년부터 대학 강의를 접었었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아직도 나는 강의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다. )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 생애 첫 번째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