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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현명한 돈쓰기

돈쓰기에도 미니멀리즘이 필요하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3년 전 명예퇴직을 한 친구가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는 롤모델이 된다.

그 친구가 퇴직 한달 쯤 지났을 때 그랬다.

<뭔가 돈이 너무 많이 쓰여. 자꾸 자꾸 돈이 나가. 퇴직했는데도 돈이 많이 필요해.>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 이제는 알 것도 같다.


1월부터 3월 첫주까지 많은 만남의 시간을 보냈다.

누구와 만남을 갖는다는 것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고

그 시간에는 상응하는 돈이 들기 마련이다.

이제 그 카드대금이 청구될 시기이다.

3월이 되어서 딱히 누군가를 만날 기회는 확연히 줄어들었으나

(그들 중 대부분은 직장이 있으니까)

운동을 한다고 혹은 심심해서 혹은 그냥 집에만 있기가 뻘쭘해서

어디론가 나서게 되면 당연히 돈을 쓰게 된다.

게다가 3월에는 차량 엔진오일 경고문구가 들어오기도 했고

그동안 미뤄왔던 와이퍼 교체도 했고

퇴직 선물이었던 전문가 초청 집 대청소도 했으니 더더욱 씀씀이가 컸을 것이다.

제법 추웠던 3월 동안 많이 갔던 곳은 백화점이다.

롤 모델 친구가 그랬었다. 대형몰에 그렇게 갔다고.

딱히 필요치도 않은 계절지난 겨울 코트도 사고 가방도 샀다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알 것도 같다. 마음이 허해서 그런 것이다.)

나도 그랬다. 여러 곳의 백화점을 들렀고 다른 점은 구매는 안했다는 점이다.

꼭 필요한 화장품과 사놓고 제주 다녀와서 무한후회 중인 캐리어를 빼놓고는 말이다.

그나마 선방했다.

캐리어는 품질이 문제가 아니라 사이즈가 더 작은 것이었어야한다는 후회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는 지하철 교통비를 제외하고는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은 3월 최초의 날이었다.

점심이랑 차를 얻어먹고 마셨고(고마운 일이지만 다음에 갚아야 한다.)

아들 녀석의 아침 도시락과 저녁 식사 간소화 선언으로 음식을 따로 할 필요가 없었다.

하루 종일 가스한번 안 틀고 음식하나도 안한 어제와 같은 경우도 아주 드물 것이다.

오늘도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돈을 안쓸 수도 있을 것도 같다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니 그런 망언은 하지 않겠다.

9시에 어제 저녁에 브런치를 쓰면서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Zoom 회의를 마치고(젊은 똑똑한 박사님들과의 회의는 나를 기운 나게 한다.)

공모전에 짧은 글 두 편을 보내고(당선이 목적이 아니라 참여가 목적이다.)

과천과학관 담당 박사님에 특수분야 직무연수 교사연수 지정 관련 내용을 알려주고

기간제 교사 급구 전화를 받고 정중히 사양하고

역시 주위에 그 내용도 포워딩해주고

3월 들어 첫 믹스 커피를 마시고

(학교에서 먹던 힘이 부쩍 나던 그 맛이 아니다.)

그리고 일정을 기록해놓는 달력을 보니 아무것도 없다.

시들어가는 난 화분에 물을 주고

청소기를 돌려놓고

1일 1산책이나 나서야겠다.

돈쓰기에 있어서의 미니멀리즘도 실현해보자.

할 수 있다.


다음은 어제 어느 신문 기사 헤드라인 제목이다.

[오늘도 혼밥하세요? 홀로저녁 1주일에 5번 넘는 한국... 절망사는 늘었다.]

너무 끔찍한 제목이다.

아무리 어그로를 끌기 위해서라지만 너무 한다.

고독사를 넘어서 절망사라니.. 그리고 그 척도가 혼밥 횟수라니...

막내 동생에게 기사를 포워딩했더니

(거기도 주말빼고는 거의 혼밥이다만)

<혼밥이 얼마나 편한데...> 이런 답이 왔다.

그리고는 곧 놀러오라는 톡을 이어서 보냈다.

나의 마음 상태를 알고 있는거다. 고맙다.

혼밥이지만 잘 먹자는 취지의 글을 쓰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혼밥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런 아이러니가 있나.

오늘의 목표 돈 안쓰기와 만보 걷기를 달성하면서 식물의 생태 탐방이나 나서야겠다.

어디, 어제보다는 얼마나 개화에 가까워졌는지 보러 나가자.


(가계부를 적으려고 했더니 19일부터 오늘까지 지출이 없다. 교통카드 쓴 것 빼고는. 이러다가 부자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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