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 느낌을 기다리고 있다.
2022년부터 나를 가장 많이 웃게 해주었던 것은
월요일 늦은 밤을 기다리게 해주었던
그리고 그것으로 일주일을 즐겁게 해준 <최강야구> 프로그램이다.
(이미 여러차례 매니아임을 고백했었다.)
올해 초반 이 프로그램을 외주 제작하는 제작사와 송출하는 방송사와의 신경전 때문에
(4년차에 접어들어서 다소 관심이 떨어질까 나혼자 걱정을 했었는데)
다른 이슈로 걱정과 관심 폭발이 되었다.
원래 갑과 을의 투쟁이 발생하면 대부분 심정적으로 을의 편을 들게 되어 있다.
을의 잘못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갑질이 최악인 시대이다.
그리고 그간의 제작사의 스탭 모두가 열심히 최선을 다한 것을 알기에 더더욱 안타깝다.
세상일이 꼭 잘 나갈때 마가 끼는 법이다.
마음은 몹시 괴롭겠지만 이것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면 그야말로 다행이다.
따라서 매일 매일 조심스레 제작사의 유튜브를 살펴보고 좋아요를 눌러주는 것이 나의 몇 안되는
퇴직 후 일과 중 한가지이다.
물론 월요일 12시는 <김성근의 겨울방학>을 시청하고 말이다.
어젯밤 아니다 정확하게는 오늘 새벽 두시 반쯤.
고양이 설이가 나를 깨운 김에 화장실에 다녀오고서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살폈다.
나쁜 습관이다만 친정 엄마와 아버지 투병 중 생겨난
이 습관을 없애기가 쉽지는 않다.
그런데 내가 유일하게 그 많고 많은 유튜브 채널 중
구독과 알람 신청을 해놓은 그 채널에서
새로운 연습 영상이 올라와 있는 거다.
그것도 올해 막 은퇴한 레전드가 새로이 영입되어서 힘들게 연습을 하고 있는 영상이었다.
힘들고 힘든 연습과 마음대로 되지않는 경기에 지치고
체력 좋은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마음이 들고
이제는 내가 비켜줘야 후배들이 더 클 수 있나하는 마음도 들고
아마도 수만번은 더 고민 고민하다가 은퇴를 결정했을 것을 알기에 보는 내내 마음이 짠했다.
그런데 다시 프로는 아니지만
프로정신으로 많은 연습을 하고 절실하게 시합하는
이 팀에서 야구를 계속하겠다는 결정을 하는 것은 왜일까?
그냥 초대도 아니고
한참 후배들과의 트라이아웃을 거쳐서말이다.
물론 출연료와 높은 인기 탓도 있을 것이다만
퇴직 4주차에 접어드는 나는 더 큰 이유를 알 것 같다.
진짜 야구가 아직은 하고 싶은 거다.
내가 평생을 한 강의에 고픈 것처럼 말이다.
나의 끝은 내가 정하고 싶은 거다.
나도 한 3년 정도 뒤에는 강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 때까지를 마지노선이라고 잠정 정해둔 것처럼
아마 그들도 더 이상은 진짜 야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를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고
그때까지는 진심을 다해서 힘들어도 진짜 야구를 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이 보이기 때문에
그들의 진심이 통했기 때문에
그리고 제작사가 그것을 잘 지원해주기 때문에
팬들은 그들을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프로야구도 시작했으니
우리의 진짜 야구도 시작했으면 좋겠다.
방송사의 갑질에서 자유로워져
이름을 바꾸고 유니폼을 바꾸고라도
2025 시즌을 시작만 해준다면
어디든 어느 시간이든 열심히 시청할
직관에 응원갈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이것을 짝사랑이라고 오타쿠라고 지독한 팬심이라고 비웃을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한 직종에서 가슴쓰리게 은퇴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렇게 쉽게 비웃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프로 진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이 땅의 야구 선수들 모두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 중에는 나의 ** 중 출신 제자들도 물론 포함된다.
그리고 야구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들은 박수받을 자격이 없다.)
나에게도 말이다. 한 주일을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