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를 흉보랴

by 태생적 오지라퍼

패션테러리스트, 패알못의 대표가 나의 남편이다.

결혼 전에도 패션에 일도 관심이 없는 줄은 알고 있었으나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었다.

옷을 왜 사는지에 대한 생각이란 게 아예 없다.

매번 입는 옷을 그냥 입는데(어머님이 사다 주신 옷을 그냥 입었다고 한다.)

색깔을 맞춘다던지, 느낌을 맞춘다던지 하는 그런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다.

결혼 초기에는 내가 이것 저것 맞추어주었으나 이제는 그럴 나이가 아니다.

아들 녀석 어렸을 때 내 욕심으로

이것 저것 이쁜 옷들을 사고

아래 윗벌을 깔맞춤하여 대보고 입혀보고 하면

아들 녀석을 모델 시킬거냐면서 빈정대기도 했다.

(모델은 아무나 하나. 될 수나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

나는 어려서부터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색이나 디자인이나 나의 체구를 가려주는 옷에 대한 관심이 많았었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은 옷을 사는 것이었다.

물론 명품 옷을 살 여유는 안 되고 살 생각조차 한 적이 없지만

나랑 어울리는 옷을 살펴보고 옷들끼리 서로 합을 맞추어보고 하는 창의적인 일을 좋아했다.

이런 나에게 패알못 남편이 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말이 있다.

신혼 초였다. 5월말 말쯤이었던 것 같다. 남편 친구들과의 모임이 한강변 어디에서인가 있었다.

그날따라 바람이 불어댔고 추위에 유독 약한 나는 조금은 두꺼운 옷을 골라입었더랬다.

결혼 후 처음보는 친구들 앞에서 하늘 하늘한 원피스 입은 와이프를 보여주고 싶어서였을까?

“ 옷은 계절을 앞서가게 입는 거야. 뒤로 가는건 아니지...” 이런 심한 말을 진지하게 했다.

오마나. 누가 누구의 패션을 지적하는 것인가? 입이 튀어나온 나는 그 날 하루종일 뾰루퉁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날이 우리의 첫 부부싸움 날이었다고 기억이 된다.

교사는 계절을 앞서는 옷을 입을 수 없다. 학교가 무지 무지 춥기 때문이다.

여름에 긴 팔 옷을 우아하게 입고 다닐 수도 없다. 학교가 무지 무지 덥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계절에 뒤쳐진 옷을 입은 사람이 보인다면 학교에 있는 사람일 확률이 꽤 높다.

교사라는 직업은 옷의 선택에서도 많은 제한점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발, 교사 임용 면접시험장에 검정 정장에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 머리를 질끈 묶는

그런 획일적인 패션은 피하기를 바란다. 요즈음의 학교가 그런 곳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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