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하나의 포인트가 필요하다.
평생 무채색을 선호하는 삶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어렸을 때 통통했던 이유가 클 것이다.
엄마의 의지로 입은 옷을 제외하고
나의 결정으로 옷을 구매하게 되면서는 주구장창 검정색 옷을 샀던 것 같다.
특히 통통했던 상의는 백퍼 검정색이었다.
다른 색도 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낙첨을 받은 것은 비슷비슷한 디자인의(몸에 딱 붙지 않는) 검정색 옷이었다.
옷만 그런 것도 아니다. 가방이나 소모품을 살때도
그 취향은 계속 반영되었었다.
그러나 올 블랙은 하지 않았다.
같은 브랜드의 옷이 아니라면 검정색은 같아보여도 조금 조금씩 다른 채도와 밝기와 재질이 있어서
올 블랙이 촌스러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블랙 다음으로 선호한 색은 화이트였다.
아니다. 화이트를 가장 선호했었으나 옷에 있어서는 체형 문제로 포기했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지금도 가장 산뜻하게 눈에 띄는 스타일은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아가씨이다.
얼굴과 체형에 가장 자신있는 사람이 더욱 돋보이는 스타일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인 취향과 생각이다.)
그런데 올 화이트는 또 별로이다.
흰색 역시 미세한 차이가 존재하고 그것이 특히
잘 나타나는 예민한 색이다.
따라서 올 화이트도 시도해 본 적은 없다.
만약 올 화이트로 입었다면 다른 색의 겉옷을
꼭 입었다.
미술 교과목은 항상 나의 올 수를 위협하는 과목이었다.
그런데 미술 교과목 중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똑같이 그려야하는 정물화 세밀화 부분이었고
색의 변화를 중심으로 하는 디자인 부분은 재미도 있었고 못하지 않았다.
색에 대한 감각은 있었다는 증거이다.(미술 선생님의 칭찬이셨다. 위로셨을 수도 있겠다.)
보색 대비도 그렇고 비슷한 색을 띠별로 그려보는 활동도 그렇고
조금 조금씩 서로의 색을 섞어서 새로운 느낌과 색감을 나타내는 활동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래서인지 옷이나 인테리어 물품이나 그릇이나 무언가 색과 디자인을 함께 선택해야 하는 작업에 관심과 흥미가 많다.
그리고 그 선택은 대부분 무난하지만 하나의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것을 고른다.
가구랑 그릇과 인테리어는 올 화이트를 선호한다.
결혼하면서 혼수로 장만한 가구를 거의 올 블랙으로 해서 참신하다고 약간의 힐난을 받았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갔었다.
지금 가져다 놓아도 전혀 후지지 않았을 느낌이었다.
세번의 과학실 리모델링은 거의 올 화이트로 진행했었다.
병원 느낌이라고 싫어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그리고는 게시판 등에 하나의 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방법을 사용하곤 했다.
무난함 사이의 포인트는 더더욱 세련되어 보이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면접에 참가한 지원자들의 의상을 보고 든 생각이다.
여자는 대부분 흰 블라우스에 검정색 아래 위 정장이었고
남자는 검정색 계열의 정장에 넥타이는 한 사람도 있고 안한 사람도 있다.
교사 임용고시 면접을 갔을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머리를 단정하게 묶었던 때가 있었으나
이제는 머리는 푸는 것이 더 대세라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일까?
(어제 남자분인데 어깨에 닿을 듯 말듯한 머리를 풀고 온 사람은 약간의 충격과 신선함이 있었다만.)
10여년전이나 지금이나 면접 의상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는 듯 하다.
물론 의상은 면접 점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1%도 반영되지 않는다.
비슷한 의상을 입은 사람들은 한번에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은 면접장이 유일하지 않을까?
내가 면접 의상을 입었다면 그래도 나만이 아는 포인트 하나쯤은 만들었을 듯 하다.
아마도 그것은 머플러였을 확률이 크다만...
목이 아파서이기도 하고
에어컨 바람막는 용도이기도 하고
머플러의 패션감을 즐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목에 머플러가 없어지는 시기는 더위의 극성수기 정도이다.
물론 머플러의 길이도 재질도 색도 다 다르다.
나의 트레이드마크와 패션포인트가 콧물을 닦는 손수건에서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머플러로 바뀌었다.
패션을 가장한 체온 유지가 그 목적이다.
(대문 사진은 지난번 DDP 톰삭스 우주과학전시에서 산 마우스 패드이다. 태양계를 모식적으로 그린 것이다. 내 취향대로 화이트를 골랐더니 벌써 때가 묻었다.
올 블랙과 올 화이트의 한계이기도 하다. 뭐가 묻은 것이 너무도 투명하게 보인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집 고양이 설이는 올 화이트이다. 떨어진 털이 눈에 너무 잘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