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아르바이트 생활

오늘만은 나도 직장인같은 삶을 살았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감사하게도 이번 주 유일한 아르바이트 하나가 오늘이다.

1주일에 적어도 하나의 아르바이트만 있어도 지루함은 덜 할텐데...

아르바이트란 것이 정기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고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그리고 내가 내 일정에 따라 살 수 있는게 아니고

주어지면 감사하면서 오케이 할 뿐이다.

내가 전적으로 을이다.

갑을병정의 정이어도 좋다.

아직은 할 일이 있다는 확인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오늘은 새로운 종류의 아르바이트이다.

수당으로 보면 갑오브 갑인 회사 지원자 면접이다.

다행히 매뉴얼도 세밀하게 잘 되어 있고

나의 채점으로 합격과 불합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니(평가자가 여러명이다.)

마음이 마냥 무거운 일만은 아니다.

그래도 취업을 결정짓는 면접이라는 점에 정신을 바짝 차린다.

이런 정신차릴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 참 좋다.

나이순인지 나에게 위원장을 하라 하여서

에어컨 이슈로 목이 잠긴 목소리로 이야기도 많이 하였더니

며칠은 입을 다물고 살아도 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열심히 사는 젊은이들을 보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대강 하려하고 대충 때우려하고

일보다는 웰빙을 너무 우선시하고

협업이나 팀웍보다는 자신의 안위나 이익을 너무도 중요시하고

다소 민망하거나 뒤통수치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그런 카더라통신으로 떠도는 젊은이들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일을 어떻게 잘 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을 본 것만으로도 기분 좋았다.(물론 면접때는 다 그렇게 진지하겠다만은)

기분 좋은 일을 하고 점심도 제공하고 수당도 준다니 더더욱 좋다.

이런 아르바이트가 1주일에 한번만이라고 주어진다면

꼭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삶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다만...


아르바이트를 마치고나니 학교 퇴근 시간쯤이 되었다.

근처 올림픽공원과 몽촌도성을 산책한다.

이곳을 일부러 보러도 올 판인데

아르바이트 장소가 이 근처였으니 안보고 갈 이유가 없다.

올림픽공원은 옛날 옛날 소풍으로 한 번 왔었던 것 같은데 너무 멀어서 멀미났던 것 같은 기억과

근처 체육관에서 옛 제자들과 아들과 내 일생 두번째 배구 경기를 구경했던 기억과

(첫번째는 고등학교때 학교 대항 경기였다. 응원하느라 경기는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재작년 이곳에서 열린 서울과학축전에 학생들과 함께 왔던 세 번의 기억만 남아있다.

엄청 넓다는 것과 그늘이 별로 없는 뙤약볕이라는 것밖에는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 없는데

오늘 걸어다녀보니 마치 원시림같은 물과 계곡과 숲도 있고(약간 과장하면 아마존 밀림숲 같아보였던)

몽촌토성과 백제의 역사를 탐방할 수 있는 유적지도 있고(지금도 현장 보존 및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더라.)

인스타갬성의 멋진 나무들도 많고 넓은 잔디밭에서 웨딩 촬영하는 커플들도 많고(부럽다. 아들 녀석아.)

내가 한번 가볼까 생각했었던 소마 미술관도 있다.(유아 대상의 전시인데 입장료가 너무 사악한 가격이기는 했다만.)

오늘 한번의 산책으로는 반의 반도 못본 느낌이지만

또 올 기회가 있겠지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오늘과 같은 아르바이트를 이곳에서 많이 진행하는 것도 같으니 말이다.

다음에 운이 좋다면 다시 방문 기회가 생기겠지 그렇게 희망을 가져본다.


올림픽 공원 근처를 돌아보니 기억나는 올림픽 경기들이 있긴 하다.

거친 발자국 입체상을 보고 몬주익 언덕 마라톤 영웅 황영조 선수가 기억났고(마지막 스퍼트가 인상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의 올림픽 전승 금메달 경기도 스쳐가고(미국, 쿠바 상대로 전승이라니 대단했다.)

신의 경지인 양궁 경기와 칼쓰는 민족의 후예다운 펜싱 경기도 기억난다.

스포츠 선수들이 연습하는 것처럼 열심히 일생을 산다면

어느 직종에서건 성공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포츠 선수들을 존경한다. 물론 사생활은 제외하고 말이다.

오늘 면접을 본 젊은이들이여...

스포츠 선수를 롤 모델로 삼아보면 어떨까?

힘든 삶일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후회는 절대 남지 않을 것이다.

합격자들에게는 축하를, 불합격자들에게는 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위로를 보낸다.

(그렇지만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요즈음의 내 상황에 비추어보면 알 것도 같다.)

오늘 하루는 아침 출근 시간부터 퇴근 시간까지 직장인의 삶을 살았다. 오랫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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