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날에만 환경교육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다양한 행사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에서도 교육 단체에서도 환경 단체에서도 계기교육이 일어나는 중일게다.
그런데 그 행사를 준비하느라 또 많은 양의 일회용물품이 사용되고 있고
많은 양의 쓰레기가 만들어지고 버려지고 있고
그것들을 치우고 정리하느라 많은 지구를 위협하는 물질들이 배출되고 있다면
그것은 아이러니를 넘어선다.
오늘 돌아본 어느 체험활동 부스에 써있던 안내 문구이다.
<환경 퀴즈를 맞추면 팝콘 한봉지를 드립니다.>
간단한 O, X 퀴즈 한 문제를 맞추고나면
그 기름 가득하고 열량 빵빵하고 에너지 많이 사용해서 만들어지는 팝콘을 준다고?
상품을 주는 것은 그렇다고 해도 팝콘은 조금 아니다.
생각을 잘해야하는 법이다.
환경 행사의 상품은 취지에 맞아야 한다.
내가 지도한 도시농부동아리가 운영하는 체험부스는 사과감깍두기와 상추쌈견과류김밥처럼
불도 쓰지않는 유기농 먹거리를 준비하곤 했었다.
현직은 아닌데 나는 어찌저찌 서울시교육청 생태전환교육에 아직 발을 약간 담그고 있는 관계로
<서울 생태교육 한마당> 행사를 둘러보았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많은 체험 부스들이 준비되어 있고 날씨는 뙤약볕이고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이미 지친 상태로 입장 중이었다.
무거운 가방이라도 안 매고 부스 체험을 하면 좋을텐데
끝나고 곧장 집으로 가고 학원도 가야하는 이런 저런 이유로 가방을 매고오니
이미 가방 무게만으로도 많이 지쳐보인다.
게다가 한 손에는 선풍기를 들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내가 인솔교사였다면 가방은 놓고가라 했을것이다만.
아마 등판에 땀띠났을게다.
마침 개막식 시간이었는지
교육감님 행차 직전이었나보다.
못해도 30여명은 되어보이는 장학사들이 행사장을 장악하고 있고 전문 사진 기자도 출동했다.
이런 의전 질색이다.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라한다.
전직 교사인 나는 빨리 그 자리를 피해서
(새생활 플라자는 예전에 이미 방문한 적이 있다.)
뒤에 있는 한번도 못가본 하수도과학관으로 갔다.
생각보다 잘되어 있다.
전시도 체험 기구도 서울의 하수도 처리 시설에 대한 안내도 잘 되어 있다.
그리고는 문득 생각났다.
친정아버지가 한때는 하수도협회 임원이셨다는 것을...
나, 환경 관련 집안이었구나.
다음 글에 깊이 공감한다.
[교육은 복잡하고 골치 아프고 변화가 느린 거대한 시스템의 한 부분이다.
신입교사로서 우리가 이 시스템안에서 온갖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법을 배우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늘 꿈꾸던 모습의 교사가 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학교 조직문화 속에서 일하고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고
교육 제도안에서 생존하고 번창하는 동시에 기존 제도와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여러 면에서 달라져야 했다.
<교사를 위한 학급운영 마인드셋> 중에서]
생태전환교육 관련 내용은 더더욱 그렇다.
인식의 변화가 행동의 변화로까지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의 날을 맞이하여 진행되는 행사가 1회성 이벤트 행사에 그칠 수도 있지만
행동의 변화와 시스템의 변화를 가지고 오는 기회로 확장될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오늘 그 많은 체험 부스보다도
나의 생태감수성을 건드려준 것은
하수도 과학관의 빗살무늬 토기 형태 빗물 저금통과
(엄청 고전적이었다.)
주변 화단의 익어가는 블루베리와
오늘 처음으로 본 블루베리 꽃이었다.
꽃이 아주 우아하고 매혹적이다.
지식과 개념을 가르치는 것은 교사로서의 기본이지만
나는 그 위에 감수성과 실천성까지를 알려주고 싶은 욕심 많은 전직 교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