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151

교양으로서의 과학이 꼭 필요한 이유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 수원역 카페에서 인솔 아르바이트 대기중에

올해 첫 복숭아에이드를 한잔 시켜놓고

(복숭아 과일 자른 것이 밀도차에 의해 몽땅 아래로 가라앉아서 위에는 거의 맹물이었다.

이런 정도면 알갱이 떠먹을 수저를 함께 줘야하는 것 아니냐?

이 에이드를 보고도 한 시간 밀도와 농도 이야기는 가능하겠다. 공차와 비교하면 더 이해가 빠르겠다.)

월요일 방과후 특강준비로 고1 대상의 통합과학 관련 책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친한 후배들 단톡에 올렸더니

역시 과학 전공자들의 시선은 날카로왔다.


통합과학은 과학의 영역을 물리학, 생명과학, 화학, 지구과학의 큰 영역으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주제하에 다양한 영역을 함께 지도한다.

일선 고등학교 교사들은 싫어한다.

자신의 전공과목만 가르치는게 전문성 부분에서

더 편하다고 생각하니 그렇다.

그래서 학교별로는 통합과학인데도 교사들이 서로 자신의 분야만 가르치는 사례도 있다.

마치 야구감독인데 나는 투수 출신이니 투수만 보고

포수는 다른 사람이 결정하고

야수는 다른 사람이 결정하게 하는 것과 똑 같다.

감독이면 팀 전체를 총괄해서 보는 눈이 필요한데 말이다.

전체를 이해하고 보고 관리하는 능력이 최고인데 말이다.

코치가 아니라 감독이 갖추어야 할 역량이 통합과학인 셈이다.


다음은 화학을 전공한 후배의 톡이다.

<통합과학이 필요해요. 과학이 사실 우리 삶에 깊게 녹아있는데 우리는 너무 분리해서 접한 면이 있었어요. 살아가는 모든게 과학인데 과학의 영역을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나 : <통합과학으로 가는 게 맞아요.

중학교에서 기본 내용을 습득했다면 통합과학으로 한번 머리 정리를 하고

이후 과학을 전공할 사람들은 세분화된 내용을 배우고

전공하지 않을 사람들은 다른 교과와의 연결점을 찾아보는 융합과학으로 가는 시도도 필요해요.>

후배 : <그쵸. 과학의 기본이 삶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모두에게 알려야되요. 특히 어릴수록 더욱 그리고 늙은이들에게도...>

나 : < 교양으로서의 과학이 필요해요. 과학자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과학자들만 과학을 이야기하면 발전이 더뎌요.>

후배 : <필수면서 교양으로, 대다수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해요.>

나 : <그래서 저는 과학 내용과 관련된 교양 강의하는게 더 좋음요. 그래서 2학기가 기대되기도 하구요.>

후배 : <중요한 일을 해주고 계신 거예요.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영향력이 크게 달라져요.>

나 : < 항상 격려해줘서 고마워요.>

지구과학을 전공한 또다른 후배 : <이런 영양가 있는 대화를 톡에서 나누다니 멋지네요.>


그런데 아무리 통합과학과 융합과학을 하려해도 알아야하는 최소한의 기본 개념과 용어는 있는 법이다.

월요일에는 우주의 탄생과정과 그 과정에 등장하는 원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강의해야 하는데

내용이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월요일에 꼭 해야만 한다.

금요일에 우주과학 내용을 기반으로 하는 방탈출게임을 하러가는데

빅뱅이론이 안나올리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빅뱅이라는 용어는 모 연예인때문에 낯설지 않은 일상 용어가 되어버렸다. 감사하다.

금요일 방탈출게임을 위한 족집게 과외인 셈이다.

오늘 하루 나의 제일 큰미션이다.

쉽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정리해서 설명하는 일.

그러면서도 즐거운 무언가가 함께 하는 일.

강의하는 사람들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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