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마지막일지 모르는 고척 야구장 직관

울컥함이 여러번 있었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태어나서 평생 서울에서 살았으나 이제 서울을 떠날 날이 점점 다가온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느낌이 그렇다.

거대한 물결이 조금씩 밀려오는 것 같다.

정년퇴직한 3월부터 지금까지 가장 열심히 참여한 일 중에 한 가지는 <불꽃야구> 직관이다.

아르바이트 횟수와도 비슷 비슷하다.

공개 직관도 그렇고 비공개 직관도 지인 초대로 몇 번 갔었다.

그런 기회를 제공해주신 인연에 감사할 따름이다.

아마도 오늘이 돔으로 되어 있는 고척 야구장에서의 마지막 직관이 되지 싶다.

그러나 모른다. 사람 일에는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남편 아침을 차려주고 점심은 카레를 세팅해두고는 집을 나섰다.

오목교역까지는 지하철로 움직이고

거기서 직관 메이트인 후배를 만나서 차량으로 이동한다.

그 어려운 티켓을 구해주는 금손 지인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아침 일찍 도착하니 생각보다 궂즈 파는 곳에 줄이 별로 없다.

감독님 마킹을 한 유니폼을 재빨리 하나 샀다.

내 생전에 야구 유니폼은 감독님 마킹이 유일하다.

줄을 많이 안서고 유니폼을 샀으니 기쁘기도 하다만 이런 일이 없었는데 좋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우리 팀(같이 직관을 다니는 사람들의 모임)은 자신이 파이터즈라는 팀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는 열렬 부싯돌즈 응원단들이다.

직관 관중석이 빌까봐 걱정하고

궂즈 파는 곳에 줄이 없을까봐 걱정하고

이제는 중년이 된 선수들이 다칠까봐 걱정하고

우천으로 시합이 중단될까봐 기도하고

그리고 시합에 못나오고 있는 선수들이 마음 다칠까봐 안스럽고

감독님이 편찮으실까봐 무지무지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유튜브로 제공되는 콘텐츠가 비공개되면

너무 너무 속상해하는

영상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보고 또 보는 찐팬들이다.


오늘 경기는 TV 채널로 생중계도 되었으니

결과를 찾아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만

오늘 경기의 가장 좋았던 부분은 그동안 못나왔던 선수들이 거의 모두 경기에 올라왔다는 점과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을 잘 알고 있으니 울컥했다.)

파도타기 응원을 하거나 떼창을 할 때 야구로 모두가 한마음이 된것을 잘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야구 종목이 현재 인기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불꽃야구> 라는 예능 콘텐츠가 예능의 경지에서 다큐의 경지로 가는 그 중간 어디쯤에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고

그 부분을 시청자가 좋아라 해주고 응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대의 변화와 니즈를 체크하고 즉시 반영한다는 점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고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한

스튜디오 C1과 장단장님의 창의성과 도전 의식을

높이 평가하는게 맞다.


2학기에 내가 가르쳐야할 대학생들은 대부분 창의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진로로 희망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에게 과학적인 사고력과 그에 기반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것이

내 교과목 중 하나의 수업 목표이다.

내 최애 <불꽃야구>에 깃든 과학적인 내용과 상상력을 강의 내용으로 연결지어 보는 것이 나의 숙제이다.

그리고 그 수업을 가장 멋지게 따라오는 학생에게 줄 상품을 오늘 구입했다.

우리 중견 선수들의 키링을 5개 구입해두었다.

(영건 감자들 미안)

이 키링을 받을 그들도 좋아라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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