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에게도 여름휴가가 필요한 것일까?

휴가는 아름답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공식적으로 나는 현재 백수이다.

아니다. 개인 사업체를 등록해두었으니 CEO 일 수도 있다.

상반기 실적이 하나도 없을 뿐이다.

8월 10일 날자로 초빙교수 계약이 이루어진다니

2025년 3월부터 8월 10일까지는 공식적인 직함이 없는 백수 상태가 실제적인 나의 지표이다.

3월부터 5월까지는 정말 백수였고

(아르바이트가 한 달에 5건 정도였다.)

6월부터는 다양한 아르바이크가 조금씩 더 많이 생겨났고

그 아르바이트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알게 될 때쯤

다시 본업으로 복귀하게 된다.

물론 그동안 했던 주 강의와 대상은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이런 나에게도 여름휴가가 필요한 것일까?


3월부터는 너무 쉼만 있어서 보람찬 일이 하고 싶다고 브런치에 노상 중얼중얼댔었고

3월과 6월에는 제주도도 2박 3일씩 다녀왔었고

4월에는 단양과 부산도 짧게 다녀왔었는데

6개월 통산으로 본다면 교사였을때보다 훨씬 많은 휴가를 보낸 1학기였는데도

갑자기 새로운 일을 앞두고 휴가가 가고 싶어지는 마음은 무엇이냐?

도대체 휴가의 정의란 무엇이냐?


머리를 스쳐가는 것이 있다.

친정 엄마의 휴가관이다.

엄마의 휴가는 삼시 세끼 밥을 안하는 것을 의미했다.

여행을 가서 가장 좋은 것은 호텔 조식이라 하셨다.

손에 물 안 묻히고 밥이 제공되는 것이 진정한 휴가라셨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나시면 그렇게 화를 내곤 하셨었다.

나도 그것을 희망하고 있는 것일까?


요새 너무 많이 밥을 한다.(일주일 고작인데 한참된 것 같다.)

아침에는 과일이나 야채를 갈아서 주스를 한 잔 대령하고

매 끼 다른 국을 끓이고

메뉴를 고민하고

덥고 습한데 가스불과 개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제는 남편이 친구들과 점심 나들이를 가서 그나마 괜찮았다만

아무리 내가 음식하는 과정이 스트레스는 아니고

메뉴 생각하는 과정도 즐겁다고는 하지만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은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이래서 엄마들이 방학을 싫어하는 모양이다.

십분 이해한다만 중고등학교 수업일수 190일은 과하다.

토요일이 쉬는 날이 아니었을 때 결정된 것이다.

180일 정도면 충분하지 싶다.

대학생에 비해서 방학이 너무 짧다.

건강할때도 휴가나 호텔 놀러가는 것을 사치라 좋아라하지 않던

남편에게 느닷없이 호캉스를 가자고 하기도 그렇고

식당에서 먹는 음식의 반 이상은 남겨야 하니 효율성에서 떨어지고

나 혼자 어디 다녀오겠다는 말은 더더욱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3월부터 7월 2주차까지 더 가열차게 돌아다녔어야 했나 싶다.

뭐든지 지나고서야 알게 되는 일들이 꼭 있다.


오늘은 나에게 단기 휴가가 주어진다.

자체 휴가 선언이다.

아침부터 저녁때까지는 내 최애 <불꽃야구> 직관을 하러 나선다.

점심은 카레를 이미 만들어놓았고

아침은 토마토 쥬스 한잔을 이미 먹었고 계란 명란국에 낫토 올린밥이다.

저녁은 샤브샤브 거리를 다 준비해두었다.

응원하러 다녀오면 힘들 것이 틀림없다.

나는 사실 응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야구 경기 전반을 해설자 입장에서 분석하면서 보는 스타일이다.

같이가는 후배에게 방금 전 상황 설명도 해주어야 하고

오늘은 그 유명한 전설의 서울대학교 야구부였고 지금도 사회인 야구를 하고 있는

후배 선생님을 모시고도 가니 열렬한 토론이 예상된다. 신이 난다.

그 후배와는 8월 초 방과후 특강 관련 논의도 해야 하고

서울대 강사님이시니 나의 2학기 강의에 대한 조언도 들으려 한다.

2학기 강의에 대비해서 이렇게 해야할 일도 준비해야할 일도 많은데

그런데 아직 백수인 나도 여름휴가에 대한 생각이 점점 간절해진다.

백수라고 휴가가지 말란 법은 없는거 맞죠?

현실을 고려할 때 딱 하루면 감지덕지할 것 같다만.

3월의 그 한없는 지루함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사람 간사한것을 하루에도 몇번씩 체험한다.

(과학 전문서점에서 본 저 물리공식이 나열된 양말을 살까말까 고민했었다.

너무 과학하는 사람 티내는 듯 해서 말이다.

저것을 신고 과학관 나들이를 하면 그것은

강의 준비일까 여름휴가일까?

아니면 일타쌍피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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