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치기와 페널티킥은 어느 것이 더 잔인한 것일까?

둘 다 잔인하기만 하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스포츠를 전공할 뻔 했었다.

아마 지금과 같은 시대였다면 나는 스포츠과학과로 진학을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다.

나의 10대에는 여자가 체대를 하는 그런 이상한 시선이 있었을 때였고

나는 그 시대의 K-장녀였고 부모님은 체면을 중시하는 스타일이셨다.

워낙 다양한 스포츠에 관심이 많고

(직접 수행 능력은 뛰어나지 않다만 스포츠 규칙에 대한 이해력과 경기 운영 능력은 타고 난 편이다.)

승부욕은 없지만 냉철하게 작전을 내고 경기 운영을 써포팅하는 업무는 지금도 많은 관심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방학 중 <불꽃야구>를 만드는 스튜디오 C1 에서 무보수 봉사할 마음도 있다.

이벤트인 배팅볼 줍는 봉사는 체력 관계로 힘들어서 지원하지 않았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안드는데

스포츠 경기를 구경하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좋아라하고(격투기 종류만 빼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기간 중에는 나의 신경이 온통 그리로 가있는 경험을 수도 없이 했다.

누가보면 국대코치쯤 되는 줄 알것이다.

야구 이야기를 많이 써서 그렇지(최근에 불꽃야구에 몰입해서 그렇지)

사실은 축구나 배구, 농구, 골프 등 다양한 구기 종목 모두골고루 관심이 많다.

그리고 어느 종목이건 상관없이 운동선수들의 연습 과정은 신성하고

그들의 땀과 노력은 어떤 일에도 비교할 수 없다고 인정한다.

이 세상에 공부가 가장 쉬운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스포츠 경기 중계를 좋아라 하는 나에게도

눈을 질끈 감고 피하고 싶은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피말리는 연장 승부이고

특히 축구의 페널티킥과 야구의 승부치기는 더더욱 그러하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없는 경우는 그나마 객관적인 시청이 되는데

절대적으로 응원하는 팀이 있는 한일전과 같은 경우는 새가슴인 나는 기도를 하면서 TV를 끄곤 한다.

패배요정의 암울한 기운을 전달하지 않으려는 마음이기도 하다.

한참뒤에 몰래 기사를 찾아보고 이겼으면

그제서야 여러번 돌려보기를 시전한다.

페널티킥과 승부치기는 마치 러시안 룰렛 단판 승부와 마찬가지로 엄청 잔인한 일이다.

누구 한 사람이 실수를 하게 되면 그렇게 노력했던

경기를 그냥 패배하게 된다.

승부의 세계이니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다만

정규 시간동안에 승부를 못 가리는 경우는 그냥 무승부 처리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승부치기와 페널티킥은 하는 선수나 보는 관람자 모두에게 해롭다.

똥줄이 타고 심장이 쪼이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숨이 찬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엄청난 집중력과 기 싸움이 오고가고

순간의 방심과 실수가 오랫동안 후회로 남게 된다.

실수가 약이 되고

실패가 모여서 성공이 된다하지만

그 당시의 당사자들에게는 꽤 오랜 기간 동안 트라우마로 남게 될 것이다.

나는 어제 <불꽃야구> 승부치기를 보면서 여러번

눈을 질끈 감았고 마침내는 두통약을 먹었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 경기 유튜브를 두 번째 돌려보고 있다.

누군가에는 아픔과 울분과 후회의 시간이었겠지만

그들은 아직 젊은 선수들이기에 극복과 도약의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승부치기와 페널티킥.

그 둘 중 더 잔인한 것은 무엇일까?

우문 현답을 해본다면 둘 다 잔인하다.

어쩌면 인생도 그렇게 잔인한 것일지 모른다.

오랫동안 편찮으셨던 친정 부모님을 보내드리고 얼마되지 않아 동생과 남편이 많이 아프다.

페널티킥이나 승부치기를 앞둔 선수들과 비슷한 심정이다. 절하게 이기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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