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15

디지털기기 활용교육의 첫걸음 이야기

by 태생적 오지라퍼

지난 공개 수업에 대한 협의록 결재가 공람되어 있었다.

그날 평가회에서 이야기 들은 내용이지만 글로써 요약해놓으니 그 느낌이 색달랐다.

아마도 글의 힘이란 이런 것일게다.

몇 개만 요약해보면

나의 수업 자평은 과학수업과 생활과의 연계 수업으로 사고 실험을 준비했고 모든 수업은 학생의 참여정도가 그 수업 효과를 결정한다, 평소에도 디지털 기기를 적극 활용하는데 특수학급과 다문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위한 보조교사가 있었으면 한다였다.

다른 선생님들의 의견은 4월이라 한 달정도밖에 안된 새로 만나 수업한 학생들인데 조별 활동을 익숙하게 몰입도 있게 하는 모습이 좋았다, 안전교육과 생태전환교육을 녹여낸 점이 좋았다, 제공된 데이터가 학생 수준에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아서 좋았다, 이론적 수업공간과 토의 토론 공간 분리가 수업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모든 학생이 결과를 작성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게 한 것이 좋았다, 단계적인 발문을 잘 활용한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등이었다.

공개 수업에서 잘못했다고 하는 발언은 드문 교직의 보수성에 비추어보아도 잠시 마음이 따뜻해졌다.

10년전 쯤 스마트기기(휴대폰)을 처음으로 활용한 공개 수업을 했던 때가 기억난다.

목동 단지의 대규모 학교여서 과학교사만 10명쯤 되었고 학급당 학생수도 40명 선이었다.

그 당시 별로 없었던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꽤 있었는데(방과후 학원을 여러 곳 다니려니 부모님과의 연락이 필수였다.) 학교에는 가지고 오지 못하게 했던 시기이다.

그 날은 가지고 와도 된다고 했더니 학생들이 꽤 좋아했다.

당일 수업에서 휴대폰에 있는 센서 기능을 설명해주고 휴대폰으로 건강 체크하기, 운동량 측정하기 등을 실험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그 내용들이 그 당시에는 놀라웠나보다.

10명 이상이 함께 한 평가회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었다.

다들 교장, 교감의 눈치를 보는 듯도 했다.

처음 시도하는 수업 방법이니 그럴만도 했다.

차마 이상하다, 안된다는 말은 못하고 돌려돌려 어려움을 이야기하셨었다.

그리고는 그 수업을 그 당시 교육청의 우수 수업 사례로 추천했으니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일이 커지려니 교육청에서 덜컥 우수 수업으로 뽑히고(신선한 것이 눈에 띄기 마련이다.)

학생, 학부모,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수업 시연을 하게 되고

그 내용이 다음 날 아침 7시 뉴스에 등장하게 되었다.

나는 갑자기 스마트교육의 선두 주자가 되어버렸고

서울시교육청의 프런티어 교사단이 되었고

1호 미래학교 구성을 위한 창덕여중 전입교사가 되었다.

이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일은 없는 것임을,

새로운 시도는 힘들지만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될 확률이 있음을 알게 되었었다.

물론 그렇지 않고 고생만 하다 마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아무튼 그 때 이후 나는 수많은 공개수업의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어느 날은 외국 손님들에게, 어느 날은 우리나라 높은 분들에게

디지털기기를 활용하여 변하고 있는 수업 형태를 보여드렸다.

그러나 아직도 깜지를 쓰고(종이에 빽빽이 반복적으로 글을 쓴다. 글의 내용은 다 다르다. 수업 관련 내용이기를 바란다.)

중간 중간에 괄호가 쳐진 수업 자료를 프린트하여 나누어주고(태블릿에 올리면 영구적인 기록이 된다.)

한 땀 한 땀 오랜 시간을 들여 그림과 그래프를 종이에 그린다.(태블릿으로 빨리 처리하면 다른 내용을 더 배울 수 있다.)

아날로그적인 수업 방법이 나쁘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교과별 특성도 물론 존재한다.

디지털기기를 활용하면 더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음을 한번 고려해보시라는 뜻이다.

이 땅의 학부모님들도 학생들도 휴대폰으로 공부하는 많은 방법이 있음도 한번 찾아보라는 뜻이다.

이 나이의 나도 하는데 더 젊은 분들이 못할리 없다.

구태의연한 이야기. 교육은 교사의 질과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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