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교사의 수업 이야기 156

수업 이야기를 계속 적을 수 있어서 좋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조금은 일어나기 싫었던 다섯시 오십 오분이었지만 남편의 화장실 다녀오는 소리에 깼다.

그리고는 한 시간쯤 더 누워있고 싶었는데 나도 슬며시 화징실에 가고 싶은거다.

뭐냐? 소변 마려운 것도 전염이 되는 것이냐? 하품의 전염성은 이미 알고 있다만...

화장실을 다녀오니 잠이 절로 사라졌고

화요일까지 올려야 하는 비교과 프로그램 안내문을 만들자 생각했다.

중고등학교에서의 동아리활동처럼 비교과프로그램을 하나 운영해야 한단다.

과학과 관련된 것을 하면 모집이 안될까해서

무난한 것을 하렸더니

과학에 특화된 것을 해달라는 주문이다.

<Science Story Lab> 이라 명명하였다만

내용은 자유도가 매우 높다.

학생들에게 나가는 안내문구는

[내 창작물에 과학 한 방울 더하기] 이다.

딱 한 방울만 더해도 퀄리티가 달라질것이다. 아마도.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으로 학생들과 결정해서 진행하면 된다. 늘상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지극히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지향한다.

다음은 그 안내문을 옮긴 것이다.


안녕하세요?

<과학적 사고와 상상력>, <인물로 보는 과학의 역사>

두 강의를 새로 맡게 된 김**입니다.

여러분들과의 만남에 두근두근하면서 열심히 강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5-2학기에 비교과프로그램은

<Science Story Lab> 이라는 이름으로 여러분과 함께 하려 합니다.

과학을 콘텐츠로 강의해본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무언가에 저절로 관심을 갖는 일이 생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과학이라는 콘텐츠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강의 시간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다루지 못했던

과학 내용을 체험해보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하는 이야기를 전문가와 함께 나눠보고

그 체험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절대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 활동이 아닙니다.

레고를 활용한 과학 실험과 간단한 코딩, VR, AR,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 체험, 초겨울밤의 천체 관측,

과학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방탈출 게임, 우리학교 주변의 생태 탐방, 기후변화 주제의 UN 모의게임,

한눈에 번쩍 뜨이는 데이터 시각화 자료 만들기 연습 등으로 구상하고 있으나

함께하는 여러분들의 아이디어로 더 반짝이는 시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질문과 관심 열렬히 환영합니다.

(모집 대상) 자신만의 창작 영역에 있어서 과학적인 내용과의 연계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누구나(전공 영역 제한 없음), 15명 내외

(활동 후 기대 효과)

다양한 전공의 시각으로 자연과학의 개념 이해의 폭을 넓힌다.

미래 산업 트랜드를 반영한 다양한 콘텐츠와 자연과학과의 연계 고리를 발견한다.

문화생활과 연계된 자연과학의 범위와 영역을 확장시킨다.


안내문을 만들고서는 캔바를 활용하여 AI에게 그림을 만들어달라고 시킨다.

그러나 레고, VR이나 AR, 메타버스, UN 이런 식의 구체적이고 특정 내용이 제한되는 것을 지시하면

캔바는 정책 위반의 위험성이 있다면서 절대로 그림을 그려주지 않는다.

지시를 정확하게 따르는 것이 AI의 특성이다.

할 수 없이 가장 무난한 생태와 천체관측으로 그린

그림 중 한가지를 선택하여 안내문 앞에 붙인다.

프로그래밍되어 있는대로만 움직이는 것이 기계이다.

어제 남편과 그 부분에 대한 격렬한 토론을 했는데 설득에 실패했다.

핸드폰을 자기가 누르지 않았는데 전화가 가는

그 아리송한 상황을 가지고 말이다.

핸드폰을 떨어트려서 저절로 전화가 걸린 상황을 가지고 핸드폰 잘못이란다.

떨어지면서 통화버튼이 저절로 눌려진 것이라 해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게 기계 오류라는 주장이다.

나는 핸드폰을 떨어트린 사람의 잘못이라는 쪽이다만.

자연과학에 대한 특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모임이 구성되면 이 내용으로 토론을 한번 해볼까나?


15명의 친구들이 꼭 신청해주기를 바란다.

이 과정을 위하여 어제 나는 레고 및 VR과 관련된 대표님과 전시회에서 짧은 미팅을 가졌고

천체 관측용 망원경과 최고의 강사님을 섭외해두었으며

우주과학 방탈출게임에 참여해보았고

모의게임과 데이터 시각화자료도 학생들과 해보고 반응 및 어려운 점을 체크해두었다.

생태탐방은 초가을 숲으로 둘러싸인 새학교를 돌아보는 멋진 시간을 제공해줄 것이다.

그리고 15명의 친구들을 통해 나도 성장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아침.

무엇보다도 감사한 일은 이렇게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콘텐츠가 이어질 수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이다.

더 이상 수업이 없다면 글을 쓸 일도 없는 것이 아닌가?

물론 과거의 수업이 문득 문득 기억날때도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내 기억력은 하향 곡선을 그릴테니 말이다.



이전 01화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