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과 브로콜리 삶고 황태국을 끓이며
2008~9년쯤 갑상선암 수술을 했다.
이제는 정확한 연도도 기억이 나지 않을만큼 오래전이고
완치 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1년에 한번씩 검사를 하고 평생 갑상선 호르몬약을 복용해야 한다.
따라서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 약을 먹는 일이 된지 그만큼이고
이 약은 먹은 후 1시간은 지나서 밥을 먹어야하므로 일찍 아침을 먹지 못한다.
대부분 출근해서 간단하게 먹는 아침이 된지 오래이다.
아무리 착한 암이라고 하는 갑상선 유두암이었지만
암은 암이었고(암환자가 겪는 정신적인 소용돌이는 모두 거쳤을 것이다.)
다행히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는 하지 않았지만
전이로 의심되었던 폐 부근 임파선의 이상 소견은 다행히 임파선 결핵이었던 것으로 판정되어
한 움큼의 독한 약을 6개월 동안 복용하였고
그 독한 약 때문에 오는 어지러움증과 메시거움을
그리고 기운없음에 대해 익히 잘 알고 있다.
아마 그 때 이후로 살이 빠져서 다시 찌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철저히 혼자서 그 과정을 감내했었다.
아들 녀석은 재수 생활을 거치고 막 대학생이 되었고(가장 놀고 싶고 놀 것 많은 나이이다.)
남편은 지방에 있었고 아픈 것에 원래 무심한 편이었다.
수술하고 입원하는 기간에는 케어를 해주었지만
그 이후로는 둘 다 자신의 소중한 일상을 보냈었다.
그들이 나에게 밥을 해준 다는 생각도
나를 위해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고
그것을 기대하지도 않았었는데
가끔 생각하면 서운하기는 했다. 물론 아주 가끔이다.
그때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전국의 갑상선암환우들이 모여있는 밴드였고
그곳에서 웬만한 정보는 다 얻을 수 있었고
암에 좋은 음식이나 운동 등은 이미 그때 다 꿰차고 있었고
이상한 정보를 걸러내는 스킬도 장착하게 되었었다.
유튜브가 활성화되기 이전이다.
목에 생긴 수술 자국쯤은 머플러와 목걸이로 가릴 수 있었으나
마음에 생긴 상처와 두려움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지금도 일년에 한번 정기검진을 받을 때마다 흠칫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남편은 내가 암환자에 대한 자료를
같이 찾아보지 않는게 못내 서운한가보다.
자기가 보는 유튜브를 내가 함께 봐주고
맞장구 쳐주지 않아서 서운하고
자신의 정보력에 감탄해주지 않고
암환자에게 좋은 먹거리를 찾아보지 않아서 서운한가보다.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조목 조목 이야기한다.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황태국을 먹고 싶고(더 많이 포함된 고깃국은 안 먹는다.)
물에 살짝 데친 두부와 달걀 삶은 것을 먹고 싶고(식물성 단백질보다 동물성 단백질이 더 필요한데 그것은 스킵한다.)
항암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는 토마토와 브로콜리를 먹고 싶고(지난번에 토마토 줬더니 반도 안먹던데... 그리고 올해 브로콜리 농사가 더위로 폭망했다한다.)
우유는 나쁘고 두유만 좋다한다.(그게 그 성분일텐데)
여하튼 유튜브의 광신자가 되었다.
그리고 저 음식으로만 일주일 내내를 먹어도 된다 한다.
세상에나 저것에다가 더 열심히 생각해서 더 좋은 것을 매끼 바꿔서 해주고 있는데 저런다.
아무리 좋아도 같은 음식만 먹으면 영양소의 균형이 맞지 않는데 그런 말은 유튜버가 안해주나보다.
그리고 내가 항암환자 식사 관련 유튜브를 봤으면 하는 눈치이다.
나는 볼 필요가 없다.
이미 내 갑상선암 시절에 다 찾아본 것들이다.
왜 내가 선배 암환자였다는 사실은 잊어버리는 것이냐?
어제 남편은 진료를 위해 병원에 내려주고
나는 오랜만에 백화점에서 장을 봤다.
먹고 싶다는 브로컬리는 한 덩이에 7,000원이다.
두부 넣고 황태국을 한 냄비 끓여두었으나
황태를 한 봉지 더 샀다.(차에서 온통 황태 냄새가 폭발이다.)
토마토는 엊그제 사다 놓았고 두유는 냉장고 가득 종류별로 있고
계란은 매일 아침 삶고 있다. (껍질 까는 것이 나도 힘들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일찍 행사가 있어서 남편 식사를 준비하다가 슬며시 부아가 난다.
아니 내가 갑상선암이었을 때 남편과 아들이
내 식사에 대해 이리 신경써준 일이 한번이라도 있었는가? 내 생각에는 없는데 그들은 있었다 할거다.
그들은 안하더니 나는 왜 이리 애를 써야하나?
참 내팔자도 불쌍하다.
오늘 아침 특강 준비로 마음이 바빠서 푸념을 한번 해봤다.
다들 자기가 너무 소중한 법이다.
브로콜리 삶아서 막된장에 찍어먹으라 놔주고
달걀 두개 껍질 까놓고 토마토랑 사과 잘라두고
두부구이 놓아주고 황태국 끓여두었다.
부추꽃을 보고 필받아 만든 부추김치는 잘 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