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레시피 171

나의 질병과 먹거리와의 관계성 탐색

by 태생적 오지라퍼

지극히 내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아무런 확인된 바가 없다는 사실을 미리 이야기해둔다.

오로지 나에게만 한정되는 이야기이다.

대부분 나의 질병과 먹거리와의 관계성에 대한 데이터는 내가 지금까지 체험적으로 수집한 내용이고

이를 분석해보면 나름 명료한 특징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일반화할수는 없다만

나랑 비슷한 동생이나 아들 녀석에게는 참고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들 녀석은 내 브런치글을 구독하지 않는다.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부터 두통이 시작되었는데 아주 미약한 정도는 아니었고

두통약을 먹어서 효과가 발동되어도 약간의 머리가 무거운 감은 남아있는 점심이다.

대부분의 컨디션 난조는 두통에서 시작하고 이럴 때 나는 소고기가 땡긴다.

<저기압은 고기 앞으로> 라는 어느 고깃집 표어가 나에게 딱 맞는 이야기이다.

다른 고기는 아니고 하필 꼭 비싼 소고기만 먹고 싶어진다.

몸에서 소고기를 원하는 것이다.

특히 물에 담가진 소고기 말고 구워먹는 소고기가 제일 끌린다.

생각해보니 이틀 전부터 소고기가 먹고 싶었는데(조짐이 있었는데 놓쳤다.)

혼밥으로 소고기를 구워먹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어서

아들과 식사를 같이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연예인 수준으로 스케쥴이 꽉찬 아들 녀석은 나랑

밥 먹을 시간을 내어주지 않았었다.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그러다가는 본격적으로 컨디션이 나빠질 듯 하여. 다음 주 개강인데 이러면 안된다 싶어서.)

남편이 친구를 만나러 나간 김에 얼른 대파 많이 넣고 불고기를 만들었다.

(남편은 고기 굽는 냄새도 좋아라 하지 않는다. 불고기에 넣은 양념 채소와 국물만 먹는 정도이다.)

대파 불고기 만들고 배추 김치와 부추 김치 올려서

밥 한 공기 먹고 났더니 식욕 폭발이다.

나는 꼭 밥을 많이 먹고나면 빵이 먹고 싶어지더라.

내 최애 추억의 삼립 크림빵 1/2개도 꿀꺽한다.

이제 안아플 것 같다.

이런 조짐이 보일 때 소고기를 안 먹어주면 크게 아팠던 기억이 종종 있다.


목동에 살았을 때 아들 녀석은 목이 붓고 열이 나고 배가 아프거나 해서 단골병원에 다녀온 날이면

꼭 병원 앞에 있는 식당에서 낙지비빔밥을 먹곤 했다.

그것을 한 그릇 뚝딱 다 먹고 나서(세상에나 아픈 사람 맞나. 그걸 한 그릇 다 먹는다.)

집에 돌아와 한 숨 푹 자고 나면 언제 아팠냐는 듯이 기운을 차리곤 했다.

나는 낙지비빔밥을 먹는 아들 녀석 맞은편에서 알탕을 먹곤 했다.

알탕은 친정 어머니의 주말 소울 푸드였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 점심을 친정 부모님과 함께 먹곤 했었다.

물론 두 분의 병이 위중해지기 전 이야기이다.

파리공원 근처 단골 식당에서 만나 지난 주의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심을 함께했던 그 시간이 지금은 그립기만 하다.

아버지는 매주 드시는 메뉴가 조금씩 바뀌셨지만

이미 치매 초기를 지나고 있었던 엄마는 거의 알탕이셨다.

그리고는 누군가가 말리지 않으면 끊임없이 알탕을 흡입하셨다.

치매가 되면 먹는 것에 대한 판단과 조절도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 엄마의 모습이 생각나서일까?

아픈 아들과 함께 먹는 알탕은 항상 맛이 없었다.


오늘 파일 하나를 새로 만들기 시작했다.

9월부터 월, 수, 금 학교 나가는 날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신경써야 할 키포인트를 적고(예를 들어 활동 준비물 같은 거)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 메뉴를 적고

(월요일은 주먹밥과 버터롤빵 예정이다.

내 점심 도시락이 남편의 점심이기도 하다.)

밥 먹고 이빨 닦고 숨돌리고 화장실 갔다오고 쉴 시간이 한 시간 뿐이라 점심은 가벼운 도시락을 먹으려 한다.

그리고 옷은 무엇을 입고 갈지도 메모할 파일이다.

도시락 메뉴도 중복을 싫어하고

옷 착장도 중복을 싫어하는 나의 특이함 때문이다.

이런 쓸데 없는 파일을 만드는 사람이 바로 나다.

대파불고기와 크림빵을 먹고 나니 이런 파일을 만들 생각도 기운도 난다.

그리고 적당힌 부른 배로 오랫만에 낮잠을 자볼까 말까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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