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21

학교에서 다치면 마음이 많이 무겁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바람 불고 비가 내리는 주말이다. 우리 아그들은 중간고사 준비를 잘 하고 있으려나?

시험 준비를 할 때는 날씨가 좋아도 나빠도 마음이 울적하다.(학생의 입장에서는)

멋진 날씨에 방에 파묻혀서 공부가 하고 있으니 기분이 꿀꿀하고

하루 종일 비 내리고 어둑한 날씨에는 그동안 밀린 잠이라도 푹 자야하는데

하루 종일 책만 보니 기분이 우울하기 마련이다.(나는 그랬었다.)

그러나 시험을 피할 수는 없는 법.

피하지 않고 즐기는 정도는 절대 안 될지라도

시험 끝나고 무엇을 해야 즐거울지를 정해보는 것으로라도(무엇을 해도 즐거울테지만 그래도 시험을 잘 봐야 더 즐겁다.)

시험 준비의 어려움을 잠시는 잊어버리고 집중하는 열공 모드를 보여주기 바란다.

오늘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대학 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인 제자에게 들은 이야기 중 한 가지이다.

집에서는 화장실에서 미끄러져서 다쳐서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가장 많고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다양한 이유로 다쳐서 오는 경우가 가장 많고

여름철 바닷가에서는 맨발로 모래 밟고 다니다가 깨진 유리조각에 찔려서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응급실에 오는 경우는 그 외의 경우도 물론 부지기수일 것이다.

많이 아파본 나는 의사 선생님들에게 항상 감사드린다.

그 중의 최고는 누가 뭐래도 응급의학과 의사일 것이다.

아무튼 내가 학교생활 중 본 안전사고 세 가지 경우를 써본다.

이것은 자랑질(?)이 아니라 학교에서 모두가 안전한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적는 것이다.

먼저 아침 조회도 하기 전에 내가 맡은 담임 학급에서 일어난 일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에 유난히 일찍 등교하는 부지런한 학생들이 있다.

그날도 몇 명 학생들이 일찍 학교에 와서 책상 위를 뛰어다니면서 장난을 하고 있었는데

갑지기 몸의 균형을 잃은 A가 넘어지면서 앞 이빨이 책상모서리에 부딪혔나보다.

일찍 출근하는 편인 내가 교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쭈빗거리면서 나에게 다가오는 A를 보고 직감했다.

안 좋은 일이 벌어졌구나...

꼭 쥐고 있던 손을 펴보니 세상에 커다란 앞 이빨이 송두리째 빠져있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보이는 이빨만큼이 뿌리로 더 있었다. 이빨이 그리 큰지 처음 알았다.

보건 선생님도 출근전이시고 나를 도와줄 다른 선생님들도 아무도 없었다.

주저하지 않고 119에 전화를 걸었다.

119 담당자는 친절하게 이빨을 혀안에 넣고 침으로 머금고 있으라고 했다.

입속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이빨을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나는 놀래서 우느라고 정신이 없었던 A를 안심시키고 이빨을 물고 삼키지 않게 주의시키며 119를 기다렸다.

3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 참으로 길었다.

곧 출동한 119를 타고 마침 출근하신 보건 선생님과 함께 인근 대학병원 응급 치과로 갔고 나는 그 사이에 부모님에게 사고 내용과 이동 병원을 알려드렸다.

어머님이 곧장 해당 병원으로 이동하셨고 응급 치과에서 이빨과 잇몸을 함께 꼬매서 고정시켰다고 했고

이빨이 살아날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했는데 다행이도 2주 정도 지나니 이빨이 기능을 회복했다.

까맣게 죽어있던 이빨 색이 점점 옅은 색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니 얼마나 다행이던지...

지금은 임플란트라도 대중화되었지

그 시절에는 앞 이빨이 없다는 그 충격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었을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다음은 우리 반 학생 이야기는 아니다.

학기말 고사도 끝난 방학을 며칠 앞 둔 여유로운 시기에(모두가 방심한 이때가 가장 위험한 시기이다.)

심심했던 남학생 몇 명이 다섯 칸 위의 계단에서 누가 누가 멀리 뛰나 내기를 했던 거다.

승부욕에 붙타 오르던 녀석들의 내기가 점점 격해지고 결국은 한 녀석이 넘어지면서 다리가 꺽이고서야 그 내기는 겨우 끝나게 되었다.

다리가 심하게 삐었다고만 생각했는데 다음 날이 되어서야 심각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다리에는 길이 성장을 담당하는 성장판이 있다. 성장판은 뼈보다 약한 연골로 이루어져 있으며 외부의 힘에 약해서 외상이나 골절에 의한 손상이 쉽다고 한다.

사춘기 시절의 학생들은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학생이 그런 경우였다.

성장판이 닫히지 않았는데 이번 부상으로 성장판이 심한 손상을 받은 거다. 이러면 어떻게 될 것인가?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쪽 다리는 계속 자라고 성장판이 손상된 다리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다리 길이가 달라진다. 한 판의 내기로 다리 길이가 평생 달라졌다. 이 아픔을 어찌할까나? 보는 사람들도 안타깝기만 했다.


아들 녀석이 고 3 첫 등교일 점심시간에

누군가가 뻥 찬 축구공에 맞아서 안경이 깨지고 눈 위 피부가 찢어져서 돌아왔다.

눈이 다쳤을까봐 급한 김에 근처 안과로 보건 선생님께서 보내섰다고 했다.

다행히 눈에는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하고 안과에서 찢어진 피부를 봉합해주었다고 했다.

더이상 심하게 다친 것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고 누가 공을 찬 것인지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지만...

십년도 더 지난 지금도 아직 그 흉터가 남아있다.

안경을 벗으면 보인다. 평소에는 안경테로 교묘하게 가려진다.

피부과에서 봉합했어야 한다고 그래야 꼼꼼하게 꼬매서 흉터가 덜 남는다고 나중에 들었다.

더 화가 난 것은 학부모인 나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은 일이다.

사고가 났는데 왜 학부모에게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인지(담임도, 보건 선생님도)

개학 첫날이라 정신이 없었다고 해도 그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나에게 연락했으면(나도 개학 첫날이라 즉시 뛰어가지는 못했을지라도)

이모나 할머니라도 가보라하고 봉합을 꼼꼼이 부탁해서 흉터를 오래 남기는 일은 없었을 것 같은데...

고3 첫날 점심 시간에 공부는 안하고 운동장에 나간 아들 녀석만 엄청 혼내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세상을 살면서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내가 조심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니다.

운이 없었던 것이라고 위로해보지만 그건 위로에 그칠 뿐.

일단은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 놓일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이다.

인생에 “아마도, 그때 이랬더라면, 그것만 안했었더라면”이란 있을 수 없다.

아쉽고 안타깝고 어려운 일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우리는 항상 조심 또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