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31

성의가 엿보이는 음식은 아름답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는 미아사거리역 근처에서 연수를 마치고 연수담당자들끼리 이른 저녁을 먹었다.

근처 백화점 식당을 가니 무엇을 먹을까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전망이 가장 좋은 곳에는 쌀국수 식당을 보니 불연듯 점심의 안 좋았던 생각이 났다.

점심 메뉴가 쌀국수와 분짜였다.

아침에 배가 조금 무거워서 커피 한잔으로 버티고 4교시 수업을 마쳤다.

맛난 쌀국수를 기대하고 갔으나 면의 양은 많고 심하게 불었고 국수 육수는 차가웠다.

(면의 양도 작은 것과 큰 것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으면 음식물 쓰레기 발생을 줄일 수 있을게다.)

살펴보니 급식실 국물을 뎁히는 기구가 작동을 안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코드를 꼽고 국물 뎁히기에 들어갔으나 알다시피 국물을 뎁히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물의 비열은 1이고 이것은 온도 1도를 높이는데 열량이 많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물에 갖은 양념이 포함된 국을 끓이는데는 시간이 꽤 걸린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나는 쌀국수 국물만 서너번 떠먹고 식사를 포기했다.

어제는 정체모를 국(건더기 양이 적어서 무슨 국인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보니 북어+무+고추장국 이었다.)이었던 것까지 기억나면서 그 화가 더 커졌다.

학교에서 교사는 학생들과 똑같은 메뉴의 급식을 먹는다.

학생들은 무료로 제공되지만 교사는 돈을 낸다.

싼 가격에 감사하고 맛있게 먹지만 가끔은 이렇게 성의없는 일이 발생한다.

음식의 따뜻한 정도는 순전히 성의가 있냐 없냐의 문제이다.

매운 반찬인데 국도 매운 국이거나, 메뉴간에 서로 잘 안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도,

4교시부터 식사가 가능하니 4교시가 끝나고 가면 양이 부족할 때도 있다.

식단짜는 일이란, 음식을 하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지만

내부 메신저에 감정을 최대한 숨긴 채 메시지를 보냈다.

보낼까말까를 고민했지만 안 알려주면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어서 알려주었다.

급식실에서는 사과의 메시지가 왔고 아마도 당분간 여러모로 신경을 써주실 것이다.

교사와 학생이 같은 메뉴이니 교사 식단만 신경써달라는 압력이나 갑질이 결코 아니다.

이런 점심을 보내고 연수 강의 후 이른 저녁을 먹으러 온 것이어서 쌀국수를 선택할 수는 없었다.

선택이 어려운 우리에게 딱 맞는 메뉴의 식당이 나타났다. 반반...

간장 양념과 고추장 양념 돼지고기구이,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고민하지 않게 반반씩 제공되니 좋았다.

명란이 올라간 미나리 솥밥과 계란찜까지 배부르게 먹고 나니 점심 사건이 조금은 잊혀지게 되었다.

나의 관점에서 맛없는 음식보다 더 기분 나쁜 것은 성의 없는 음식이다.

그게 그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열심히 준비는 했으나 맛이 없는 것과

맛은 그럭저럭이나 성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음식은 다르다.

내가 화난 포인트는 그 부분이었다. 조금만 신경 쓰면 될 일을 놓쳤다는 것.

강의도 마찬가지이다.

강의가 조금은 어눌할 수는 있으나(강의도 연습과 경력이 많이 필요하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것은 보인다.

강의를 듣는 사람이 느끼게 된다.

모든 일에는 열성과 성의와 최선이 중요하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아마 교사 직업군 밖에 없을지도 모르지만

무슨 일에든 자신의 열성과 성의와 최선을 다하면 중요하지 않은 일이란 없다.

진심은 통한다. 나쁜 일부 사람들을 빼놓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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