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 기상 시간이 빨랐다.
아마 새로운 내용으로 처음 하는 연수 날이라서 긴장감이 있나보다.
그렇게 많은 강의를 했지만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장소, 잘 모르는 강의 대상을
만날 때에는 마음이 쓰이기 마련이다.(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뇌는 AI가 맞다.)
일단 강의 장소를 찾아가는 것부터가 길치인 나에게는 어려운 미션이다.
다행히 오늘은 동행이 있다. 믿고 갈 수 있다.
강의 시간도 길지 않다. 준비물도 어제 확인을 끝냈다.
이제 내 컨디션 좋게(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강의 질은 엄청 달라진다.)
즐거운 마음으로 강의만 진행하면 되는데
어제 저녁 과식으로 인한 것인지 배가 조금 꿀꿀거렸다.
푹 자고 났으니 괜찮을 것이라 마음을 다잡아본다.
과학 실험 수업은 항상 변수가 있다.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아무런 변수가 발생하지 않고 원만하게 잘 되는 운수좋은 날도 물론 있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수업을 진행하면 더더욱 많은 변수가 있다.
갑자기 무선 인터넷이 안 되는 경우가 제일 난감하다. 디지털 기기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미래학교 첫 번째 큰 행사날을 앞두고 무선 인터넷이 되다 안되다, 끊기다를 반복했다.
당시 디지털기기를 관리 운영하는 것이 과학정보부장인 나의 역할이었다.
무선 인터넷 설치 회사 담당자에게 이야기하면
특정 태블릿 제품 문제라고 하고
태블릿 회사에 어렵게 문의하면 무선 인터넷 문제라 하고
둘 다에게 이야기하면 학교 인터넷망 문제라고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돌려댔다.
세 회사 담당자를 모두 같은 시간에 호출했다.
물론 그 사이에 문제가 발생한 데이터를 모두 기록해서 제공하고 말이다.
1주일 후에는 국가적인 큰 행사(외국 교육 관련자 100명의 학교 수업 시연 방문)가 있는데
인터넷이 중간에 끊기거나 버벅거리면 국가적인 망신일뿐 아니라
멋진 수업을 고민하고 수행하는 선생님들이 엄청 당황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당일 각 회사에서는 담당자 1명을 우리학교에 배정하고 비상시에 대비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만약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문제삼겠다고 큰 소리도 약간 치면서 말이다.
그랬더니 세 회사마다 최선을 다해서 점검을 해주고 당일에도 순회하면서 행사 진행에 협조해주었다.
(큰 소리 치기 전에 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지만)
무사히 박수를 받으며 그날 행사가 마무리되었지만 잘 되면 본전이다.
안되면 난리가 나지만 잘되어야 한숨 쉬고 발 뻗을 수 있는 게 공개 강연인 셈이다.
요새는 강의 한번 하고 나면 만족도 조사를 필수적으로 시행한다.
짧은 시간의 강의 한번에 100점 만점의 80점 이상의 만족을 받아야 하는
그 연수 강의를 나는 왜 거절하지 못하는 것일까?
강의 부탁하는 사람과의 인연 때문일 수도 있고 웬만하면 거절을 하지 않는 나의 성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강사료는 그다지 많지 않다.
1시간에 10만원 초과시간에는 6만원, 원고료는 새 원고일 경우 1시간에 5만원...
강사료 때문이라면 나의 수고와 노력이 아깝다.
나의 오랜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 아니면 못할 일이다.
그리고 이런 연수 강의도 올해가 마지막이니 내 방식의 봉사라고 생각한다.
오늘 만나게 될 연수 대상자들에게도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연수 내용보다도 같이 만들고 가지가게 될 식물 화분에 더 기뻐하셨으면 한다.
그리고 그 손에 들려서 어디론가 새로운 환경으로 가게 될 식물도 오랫동안 행복했으면 한다.
참고로 나는 생명공학 전공이 아니다. 식물 이름이나 식물에 대한 깊은 강의는 아니다.
이 식물이름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식물 이름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