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30

둘째 외삼촌과 곰취쌈

by 태생적 오지라퍼

며칠 전부터 보쌈 생각이 났다.

(수육과 보쌈의 차이를 굳이 구별하고 싶지는 않다. 수육을 먹을때는 꼭 김치와 쌈이 있기 때문이다.)

보쌈김치 한 포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퇴근 후 옷도 안 갈아입고

출근 전에 냉장실에 꺼내두었던 보쌈용 삼겹살을 꺼냈다.

이번 포장에는 큰 두 점과 서비스로 보이는 작은 삼겹 하나가 들어 있었다.

큰 두 점은 보쌈으로 올려두고 작은 삼겹은 내일 먹을 김치찌개용으로 남겨두었다.

(같은 고기로 한 끼에 2개의 메뉴는 조금 성의없어 보인다는 것은 순전히 내 생각이다.)

그러므로 같이 먹을 오늘의 찌개는 순두부이다.

김치를 잘게 썰고 양파와 파를 썰어넣고 끓인 순두부는 오늘따라 간이 딱 맞아서

아들도 나도 과식 모드가 발동되었다.

고추장과 된장을 섞어 되직한 쌈장을 만들고

새우젓도 조금 꺼내고 함께 먹을 마늘을 준비하면서 콧노래도 살짝 나왔다.

여러 종류 쌈 중에 오늘의 메인은 곰취이다.

곰취의 특이한 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곰취 맛을 알게 해준 사람은 둘째 외삼촌이다.

평생 혼자 사시면서 당뇨 걱정에 새 모이만큼 식사하시던 외삼촌은

입맛이 없다시면서 종종 곰취에 밥을 싸서 드시곤 했다.

외삼촌을 따라 처음 먹어본 곰취는 다소 뻣뻣하기도 하고

크기도 커서 한 입에 넣기는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였으나

그 특유의 질감과 향이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다 특징이 있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이 세상에 똑 같은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 특징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고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 뿐.

곰취에 밥 조금을 넣고 된장국과 함께 소식을 즐기시던 외삼촌은

본인이 벌어둔 돈 한 푼 제대로 써보시지도 못하시고

고생만 하시다가 허망하게 돌아가셨다.

지금은 파주 어느 나무 아래 계시는 삼촌과 함께 먹던 곰취는

지금은 나의 최애쌈이 되었지만

아들 녀석은 여전히 깻잎쌈을 제일 좋아라 한다.

아직 곰취의 오묘한 맛을 알 수 없을 나이인듯도 하다.

여하튼 삼겹 보쌈, 곰취, 새우젓, 마늘, 쌈장 그리고 순두부찌개까지

오늘 하루는 만족할만하다.

하루 중 한끼만 제대로 먹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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