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19

실험 수업 후기

by 태생적 오지라퍼

수업 전 리허설처럼 글을 썼다. 수업이야기 16,17이 그런 형태이다.

그런데 수업을 하고 보니 나의 생각과는 다른 점이 발견되었다.

오늘은 수업 후기처럼 글을 쓴다.

그렇게 오랫동안 수업을 했는데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들이 종종 있다.

내가 수업 방법과 내용을 계속 변화시켜서이기도 하고

학생들의 성향이 달라졌거나 파악을 못해서이기도 할것이다.

먼저 수업이야기 17에서 다루었던 한지로 만드는 가습기 활동 후기이다.(사진을 첨부해두었다.)

학생들이 어려워했던 것은 과학 원리가 아니었다.

한지를 정사각형으로 접어서 꽃 무늬를 만드는 작업을 어려워했다.

색종이 접기를 초등학교에서 많이 하니 쉽게 하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종이를 여러번 접어 윗부분을 자르면 어떤 모양이 나오겠다는 공간 지각 능력이 없는 학생들이 많았다.

칼은 손을 벨 수 있어서 가위만 제공했는데 빳빳하지 않은 한지를 가위질하여 자르는 것도 어려워했다.

여하튼 만들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해서(꽃 모양이 아니어도 된다고 했는데 꽃 모양에 너무 집착했다.)

정작 가습기의 원리로부터 생각의 확장을 꾀해보려는 나의 계획은 무산되고

만든 후 간단하게 원리를 기록해보는 것으로 대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다음 시간까지 가습기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다음 시간까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수업이야기 16에서 다루었던 원소의 불꽃반응 실험은 잘 마무리 되었다.

조별 실험활동을 잘 하려면 개인별로 미션을 부여하는 방법이 좋다.

오늘 실험은 4인 1조로 진행했는데 다음과 같이 역할을 주었다.

1. 주연배우(소량의 시약 넣기, 알코올 한 방울 넣기, 점화기로 불붙이기)

2. 촬영감독(불꽃 반응색이 나타나게 사진이나 영상 촬영하고 업로드하기)

3. 결과기록스탭(실험 결과를 교과서에 기록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공유하기)

4. 조감독(실험 끝난 시약에 모래 넣어 불끄기와 실험 기자재 총정리하기)

각자의 역할을 완수하려면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모두가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있어야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안전한게 더 중요하다)

실험을 완수하게 될 거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역할은 같은 조에서 자율적으로 의논하여 결정하였다.

무슨 일이든 자신의 역할이 분명하지 않으면 관심이 없어지고,

관심이 없어지면 안전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불을 다루는 실험은 신경이 많이 쓰인다.

오랜 경력의 나도 그런데 하물며 신규교사들은 더할 것이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실험 수업의 두려움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운동 선수가 계속 연습을 하듯이 계속 시도해보는 방법밖에는 없다.

수업은 특히 실험 수업은 라이브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PD이자 AD이고 촬영감독이며 유일한 스탭이다.

그래서 더욱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나는 힘들지만 학생들은 실험을 좋아라 한다. 그럼 해주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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