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23
원소기호, 이온식과 분자식 외우기
앵두콘이라는 과자를 아시나요?
옛날 생맥주집에 가면 기본 안주로 주던 불량식품류의 색깔있는 과자인데
이 과자가 과학 실험에 종종 쓰이곤 한다.
과학에서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은 모형을 만들어 연구하게 된다.
너무 작아서 관찰이 힘든 것도 있고(원자나 분자 등)
너무 멀리 있거나 크고 형체가 없어서 볼 수 없는 것도 있다.(우주, 기체 등)
이런 모형을 만들 때 가장 단순한 것으로 앵두콘을 쓴다.
기체, 액체, 고체 상태의 모형 만들기에도 그렇고 오늘처럼 분자모형을 만들기도 한다.
중간고사를 며칠 앞두고 시험 과목이 아닌 경우에는 중요한 부분의 진도를 나가기가 심정적으로 어렵다.
원소, 원자, 이온 등 쉽지 않은 부분의 수업을 하고 이제 마지막 분자로 정점을 찍어야 하는데
이번주 목, 금요일이 중간고사이다.
무리해서 분자식을 나가봤자 중간고사 과목들이 머리를 다 차지하고 있는데
새로운 내용이 들어갈리 없다. 나의 경험에 따르면...
오늘은 분자모형까지만 간단히 설명하고
앵두콘으로 모형 만들기를 하고 그 결과를 사진 찍어 올리고는
남은 앵두콘은 먹으면서 시험 공부할 시간을 20여분 주었다.
20분 이상의 자습 시간은 필요가 없다. 중학교 2학년들의 최대 집중 시간은 20~30분 남짓이다.
이것은 단지 나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빅 데이터이다. 뇌과학적인 이론은 아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학생들은 또 뇌의 피로감을 호소한다.
"쉬어요, 놀고 싶어요" 라는 말을 계속한다.
따라서 이때도 역시 어려운 분자식을 외우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나의 중간고사 후 첫시간 계획은 이렇다.
이온음료와 탄산음료에는 왜 전기가 통하는 것일까를 전기전도도 측정기로 실험하고
(남은 음료는 피로회복용으로 마실 예정이다.)
명확한 결과가 30초 만에 나오는 이온 앙금 반응을 하면서
학생들의 뇌의 회복을 노려볼까 한다.
화학 실험의 좋은 점은 결과가 선명하게 짧은 시간에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대망의 정점인 분자식 외우기에 들어가려 한다. 이것이 메인 게임인 셈이다.
원소기호, 이온식, 분자식을 모두 외우고 나면 비로소 화학의 기본이 끝난다.
중2 과학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 내용을 모르면 중 3 화학도, 고등학교 화학도 할 수 없게 된다.
교육이 힘든 것은 빈 칸을 채우지 못하면 다음 칸으로 가기가 몹시 힘들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게임처럼 하나의 퀘스트가 완료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화학이 그렇다. 그래서 화학은 명료하지만 어렵다. 또 그런점이 매력적일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원소기호, 이온식, 분자식 외우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중2들이여 모두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