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샌드위치 도시락
아침마다 아들 녀석의 도시락을 싼다.
새벽 운동을 하고 출근을 하는 상황이어서 식단 겸 아침용 도시락을 싸줬었는데
지금은 회사가 이사를 하고 새벽 운동을 안나가니 안 싸도 되지만
그놈의 관성때문인지 계속 준비를 해준다.
공부도 음식도 생활도 습관이 관성이 된다.
물론 간단한 샌드위치나 빵 종류가 기본이다.
나는 볶음밥이나 유부초밥도 좋은데 아들은 빵을 선호한다.
아들 녀석 것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오류가 있다.
내 아침 준비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15년 전쯤 갑상선암 전절제 수술을 하고 갑상선 호르몬약을 먹어야만 하는 나는
약의 흡수를 최대화하기 위하여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약을 먹고
한 시간 쯤 있다가 간단하게 아침을 먹곤 한다.
일어나서 한 시간쯤 후에 아침을 집에서 먹고 출근을 하려면
아침 기상시간이 더 빨라져야 하므로
대부분 아침은 학교에 일찍 출근해서 간단하게 먹는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오전 수업을 할 기력이 없다.
교사는 정신노동자이자 동시에 극심한 육체노동자이다.
말을 계속하려면 에너지가 꼭 필요하다.
같은 종류의 음식 먹기를 싫어하는 나와 그 점에서만은 꼭 닮은 아들이다.
아침 도시락은 전날 저녁에 대충 재료를 준비해놓는다.
오늘은 상추, 사과, 방울토마토를 넣은 샐러드 샌드위치였고
내일은 기름 쫙 뺀 참치에 다진 양파와 파프리카를 잘게 썰어 넣은 샌드위치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아들을 위해서 마요네즈는 넣지 않았다.
요새 유행하는 대파크림치즈를 베이글에 발라주거나
버터와 딸기잼의 극한 달달함이 묻어난 모닝빵도 가끔은 준비한다.
무엇보다도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은 길거리표 토스트이다.
대학 때부터 즐겨하던 아침 메뉴이다.
달걀 노른자 물이 약간 나오게 구워주는 것과 식빵이 눅눅해지지 않게 잘 구워주는 것이 포인트이다.
그만하라고 하면 준비를 안 할 텐데 슬며시 도시락 가방까지 주문해서 식탁위에 올려둔 것을 보니
아들 녀석도 아침 도시락 먹는 일이 나쁘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언제 부터인가 도시락을 싸는 일은 희귀한 일이고 특별한 날에만 이벤트 처럼 싸는 것이라 생각되고 있다.
나의 요리 역량이 갑자기 늘어난 첫 번째 계기는 뭐니뭐니해도
한참 전 나의 제자 녀석이 고3 석달 정도를 우리 집에서 학교를 다녔던 때일 것이다.
그 때 하루에 2개의 도시락을 싸면서(고 3은 야간 자율학습을 한다.)
요리에 대한 관심이 자발적으로 생겼고(내가 문제해결력은 높은 편이다.)
다양한 음식을 해보면서 많은 시행착오도 거쳤고(잘된 것보다 잘 안된 것이 3배는 많았다.)
요리에 걸리는 시간도 많이 단축하게 되었던 것 같다.(도시락싸는데는 스피드가 중요하다.)
무슨 일이든 결정적인 계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 순간이 터닝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 한 단계 성숙하게도 하고 고꾸라지게도 만든다.
수요일부터는 아들 녀석의 출장이다. 당분간 도시락에서 해방이다. 야호...
아들 녀석은 내가 도시락 싸는 일을 즐기는 줄만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