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똑같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부단히 노력중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시력과 청력 중 지금 현재 나에게 더 상태가 좋은 것을 고른다면 청력이다.

시력은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쭈욱 안좋았다.

그 많은 60여명의 초등학교 1학년 우리 반 학생 중

나는 첫 번째로 안경을 쓴 학생이었다.

엄마는 책을 너무 빠르게 가까이 대고 봐서 그렇다고

속상함에 내 등짝 스매싱을 날리셨지만

내 입장에서는 집에는 책이 없고

(커서 알았다. 돈이 없어서 못사주신거다.)

친구네 집에 가서 보는 책은 빠르게 읽어야만 했었기에

내 잘못임을 인정할 수 없는 다소 억울한 상황이었다.

생애 첫 안과를 갔고

시내 유명 안과여서 엄청 기다리다가 진료를 보았던

떨리고 무시무시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그리고는 안경을 맞추었고

글은 잘 보이고 세상은 환해졌지만 어린 나이에

그에 상응하는 어려움은 존재했다.

비오는 날 추운 날 안경알은 여지없이 뿌옇게 변했고

달리기나 운동을 할 때 안경이 크게 흔들렸으며

엄마말로는 크고 이뻤다던 눈알이 점점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에게 시력이 좋았던 시절은 너무도 짧았었다.

시력만 좋았다면 공부를 조금은 더 잘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들곤했다.

시험문항을 고치러 들어오신 선생님의 판서가 안보이는데 창피해서 못물어보고 그 시험문제를 틀렸던 경험이 있을 정도이다.


청력은 그다지 나쁜 적은 없었던 듯 하나

이제 점점 늙어가면서 노인성 난청이 시작되는 듯

선명하게 잘 안들리고 자꾸 볼륨을 높이게 되는 것은 받아들여야만 하는 나이이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눈으로 쳐다보는 것을 믿지 못해서(시력이 안좋아서 잘 안보인다.)

꼭 내비언니의 안내 멘트를 듣는 것으로 이중 체크를 하는 것은

아마도 나의 시력과 청력 기능 차이에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눈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라 귀가 더 예민해졌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소음에도 민감하고 노래에도 예민하고

지하철 통화소리나 톡알림소리와

빗소리나 바람소리도 엄청 크게 들린다.

신체의 환경에 대한 적응이나 진화와 궤도를 같이 하는 맥락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른쪽과 왼쪽의 불균형은

나의 고질적인 문제의 원인이 된다.

나에게 왼손과 왼발은 거들뿐 주된 역할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모든 것은 오른발이나 오른손이 주되고 힘을 쓰는 역할을 하고 왼쪽은 힘이 거의 없다.

처음부터 그랬는지 아니면 그렇게 사용해서 이리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만

이상하게도 왼쪽을 다치는 경우가 생겨서 더 강화된 것일 수도 있다.

이번에 두 번째 다친 무릎도 왼쪽,

역시 두 번 다친 복숭아뼈도 왼쪽이고

다행인지 발가락 사이에 난 티눈은 오른쪽,

스노보드가 덮쳐서 다친 손가락은 오른쪽이었다.

무릎에 보호대를 하고 지낸 요 며칠 동안

왼쪽은 철저하게 보호의 대상이라

오른발과 오른손에 온갖 내 몸뚱이의 하중을 다 실어서 생활을 했더니

어젯밤부터는 오른쪽 어깨와 팔에 무거움과 근육통이 느껴진다.

계단봉을 너무 세게 힘을 주어 붙들면서 다녔고

온갖 짐들을 오른손으로만 힘을 주어 들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우리 몸의 각 기관들은 서로가 서로를 보조해주는 아름다운 역할을 하기는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일이 몰리면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 당연하다.

오른쪽과 왼쪽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평생 그리 쉽지 않았다.

나의 오른쪽 손과 발을 쉬게 해주는 방법이 아직 딱히 떠오르지는 않는다만

나의 왼쪽에 근육과 힘을 실어야 할 필요성은 확실하다.

겨울방학 기간 동안 근육량을 위한 PT를 해볼까나.

일단 지금은 왼 무릎의 회복과 재활에 힘써야 할 시기이다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런 우문만큼

둘 다 똑같은 컨디션을 유지하기는 쉽지않다.

시력과 청력, 오른쪽과 왼쪽이 나에게는 그랬다.

다른 사람들도 아마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들이 있을게다.

나만 그렇지 않고 다른 사람도 그렇다는 것이

사실 묘하게 위로가 된다.

왼 무릎에 보호대를 하고 월요일 오전 강의에 들어갔는데

왼 발가락에 기브스를 하고 나타난 학생이 있었다.

물어보니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발가락이 완전히 접질렀다는데

전치 3주라 한다.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고.

묘한 위로가 되었다. 나는 전치 1주이다.

약도 나보다 3배는 양이 많았고 아침, 점심, 저녁 약이었다.

나는 3알짜리 아침, 저녁약이었고 어제 다 먹었다.

나랑 똑같이 계단 내려가는 것이 가장 힘들고 무섭다 한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그 사실이 묘한 동질감도 주고 위로와 위안도 주는 이런 아이러니한 마음은 무엇이냐?

그 학생의 쾌유도 기원한다.

무슨 일이든 무엇이든 균형을 맞추는 일이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균형을 맞추려는 부단한 노력은 꼭 필요하다.


(대문 사진은 어제 올라다본 하늘이다.

오늘도 저런 하늘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물론 구름과 하늘도 균형맞추기가 쉽지만은 않을 듯 하다. 노력해보자.

나는 누가뭐래도 파란 하늘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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