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참. 요상타.

요상한 일이로다의 사투리버전

by 태생적 오지라퍼

강의가 없는 날이라 늦게 늦게 일어나도 되는데

어제 <불꽃야구> 본방보고 직관 안내도 보고 댓글까지 읽느라

늦게 잤는데(월요일이 제일 늦게 자는 날이다.)

왜 더 일찍 눈이 떠지는 것이냐?

제법 서늘해진 날씨 때문인거냐(아직 난방 틀 정도는 아닌데 따뜻한 동절기 침대 시트로 바꾸었다.)

아니면 7월 1일 이후 오랜만에 아산 공장에 내려갔다가 거기서 자고 온다는 남편 걱정때문인거냐

(조용하고 밥 안차려서 좋았다만.)


어제 아침은 스팸, 당근, 오이 넣은 김밥 반줄과

점심은 잔반 담아간 도시락이라 조금 부실했는지

(학식에 조금 질렸다. 비슷한 패턴을 못견뎌한다.)

저녁을 육개장 조금, 불고기 조금, 파김치 조금 이렇게 세 번에 나누어서 푸짐하게 한 공기를 다 먹었는데

아침 화장실은 왜 제대로 안되는거냐?

영원한 나의 숙제중 한가지가 대장 기능 원활화인데

이것도 유전의 탓인가 싶으니 새삼 부모님이

그립기도 원망스럽기도 한 이른 아침이다.

아프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수록 더더욱 부모님 생각이 간절해지니

오랫동안 아프고 지금은 폐렴으로 입원해있는 동생은 어떻겠나.

단 3알의 아침약을 먹다가 한 번에 못 넘기고

물을 세 번이나 먹는 나의 목넘김 기능을 어찌하며 좋겠나. (어제부터 심해졌다.)

연하장애에 시달리시던 부모님 얼굴이 겹쳐 보이는 것은 너무 오바스러운 일이라 믿고 싶다.


나의 고양이 설이는 밤에 어느 장소에서 자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여름에는 분명 아들 녀석 드레스룸 두 번째 칸 구석이 지정 좌석이었는데

요 며칠 그 자리에 없다.

거실에 나와서 둘러봐도 없다.

그러다가 내가 아침 화장실에 들어가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자기 엉덩이를 내밀곤 한다.

비밀 장소를 만들어놓은 것이 틀림없다.

아니면 간식 츄르를 주려고 비닐을 뜯는 순간 뿅하고 나타난다.

(오늘 대문 사진에 백번 동의한다.)

이제 더 이상 내가 모를만한 장소가 이 집에 있을리 만무인데

가끔씩은 도통 어디 들어가 있는지 안 보이는 것은 마술이냐 요술이냐

고양이의 세계는 심오하고도 요상하다.


어제 집에 오니 현관 비번 누르는 키에서

건전지를 갈아달라는 알람이 울려서

안보이고 손가락이 제대로 안 움직이는 난관을 극복하고 도구의 힘을 빌려 간신히 건전지를 갈았고

(앞으로는 더 힘들텐데 어쩐다냐.)

내 노트북의 자판 하나는 드디어 떼어져서 순간접착제로 회생을 시도하였고

(그래도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아 글쓰는 시간이 무려 5분은 늘어났고 주된 오타의 원인이 된다.)

갑자기 꽂혀서 현관 앞 서랍 두 개의 물품을 정리하고 나니

기력이 똑 떨어져

오늘 진행할 연구팀의 중요한 줌회의 자료를

한번 더 꼼꼼이 살펴보고 보내려 했는데

그냥 보내버렸다.

오늘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정교화하면 되겠지 싶어서 말이다.


그리고는 개인사업자 등록을 한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연구 수행 연락이 왔다.

자세한 것은 목요일 미팅을 해봐야겠지만 말이다.

첫 일거리가 생기는 것일까?

연구팀원과 연구책임자는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그래도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전해봐야하지 않겠나.

언제 또 해보겠나.

이상하고 신기한 일들이 소소하게 이어진다.

부산 출신의 친정아버지는 이럴 때 이런 말을 하시곤 했다.

<거참. 요상타>

좋은 뜻 일때도 나쁜 뜻 일때도 있는데

아버지 특유의 억양으로 그 뉘앙스가 달라지기도 한다.

짧게 말하면 괜찮은 것.

길게 빼서 말하면 아버지 특유의 비양거림이 섞여있는 느낌이다.

요상하다의 사투리 버전이다.

<인생 요상타.> 를 실감하며 아침을 시작해본다.

오늘은 A/S 도 받아야하고

이삿짐센터 연락도 해봐야하고

소소하고 중요한 일들이 자잘하게 있다.

많이 안 춥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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