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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cent May 05. 2023

31살, 떠밀려 취업

"000. 잠깐 이야기 좀 하자"


집에서 가장 듣기 두려웠던 말을 엄마가 꺼냈다. 게다가 내 이름 석자를 건조하면서 딱딱한 어투로 불렀다. 


"너 이제 31살이야! 어떻게 할려그래?"


이리 저리 돌고 돌았지만 결국 제자리에 머무른 나를 향해 엄마는 더 이상 참지 않으셨다. 이제는 나 역시 나태함을 숨기느라 이런저런 변명을 해대는 게 되려 더 불안해졌다. 뭐라도 결심을 해야했다. 


"......"


나는 말을 잇지 않았다. 


애써 항변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눈맞춤을 피하는 나를 알아차린 어머니는 감사히도 제안을 주셨다. 곧장 아버지 친구 분께서 베트남에 설립한 원단 제조업 기업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꺼내셨다. 베트남 공장에서 한국인 관리자로 근무할 생각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얼마전 친구 부부와 만나서 이야기가 오고 간 듯 했다. 


 그리고 제안은 한가지가 더 있었다. 친인척이 운영하는 "목형"집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사실 두 번째 제안은 몇 년전 부터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파이가 줄어드는 사양산업이라는 점과 업무환경이 열악하고 법 적용이 무색한 비제도권이라는 것 그리고 기대소득이 낮다는 것때문에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거절했었다. 


엄마의 말이 끝나자 나는 물었다.


"엄마는 내가 어디서 일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물음이었지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툭 던졌다. 


"엄마는 솔직히 가족이 하는 일을 하면 더 고맙지"


고민 없이 답했다. 


"그럼 목형집에서 일할게"


이렇게 결단을 내리고 나니 후련해졌다. 그간 불안해 하면서 모든 일에 싫다고만 해온 내가 한심스러워졌다. 어쩌면 누군가 강제로 나를 떠밀어주었으면 하고 바라 왔던 듯 정착하지 못한 데서 온 불안감이 누그러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여전히 내 삶을 스스로 끌어나갈 생각이 없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떠밀려서만 살아왔는데 여전히 떠밀려 취업까지 하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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