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 좀 그만

지금 그게 중요해?

by 이일일


"000님이 000님을 초대하였습니다."


또????????


아니 말이라도 해주고 만들면 다행인데 이번엔 또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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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런 느낌이다. 단톡방에 들어있는 사람들은 똑같은데 단톡방 이름만 바꿔 넣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 단톡방에 이슈레이징을 해야 하는지 헷갈릴 판이다. 안 그래도 스타트업에는 어차피 문제 해결하는 사람들도 정해져 있기에 거의 대다수의 이슈를 몇 명이서 해결하긴 하지만 말이다.


더 소름 돋는 건 비싼 돈을 주고 이미 업무를 위한 협업툴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에서 만든 것이 될 수도 있고, 플렉스, 잔디, 슬랙, 디스코드 등등 툴은 넘쳐나니까.

툴을 쓰고 있는데 왜 카톡을 쓰는 거야?

이유는 더 어처구니가 없다.

대표 - "내가 그 툴은 잘 안 보게 되더라고"

"ㅎㅎ" 그냥 웃고 넘긴다. 그래 만들거나 말거나 난 최소한의 답만 하리라.


어떤 문제든 해결을 하고자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 보고자 대화의 장을 열어보려고 했을 텐데

만들기도 전에 감정부터 상하고 들어가게 된다.

단톡방에 포함될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는 것부터가 나의 할 일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비굴해져 가면서 감정 쓰레기통을 해줬다.

내 감정도 안 좋은데, 나도 썩 반가운 일이 아닌데, 나도 무분별한 단톡방 생성이 매우 기분이 좋지 않은데 왜 내가 당신들의 감정을 다스려주고 헤아려줘야 하는 것일까.


어쨌든 이렇게 감정부터 상하고 만들어진 대화방에서 대화가 잘 이루어질 리 없다.

이미 짜증 나 있는 감정은 나~~ 중에서야 터놓고 밥을 먹는 자리가 있거나 어쩌다 나온 이야기에서 조금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풀리게 된다. 문제는 너무 늦다는 것이다.

이미 문제는 터졌고, 이슈가 생겨서 해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 시점에 단톡방이 만들어졌을 텐데, 문제해결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은 이미 상해있기에 해결은 뒷전이 된다.

혹은 대표가 단톡방을 만들었든, 누가 만들었든 어차피 문제 해결의 실무를 맡아서 하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단톡방의 유무와 상관없이 문제는 어쨌든 해결이 된다.

여기서의 문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단톡방 개설자는 본인이 문제를 해결한 줄 안다.




이런 논쟁이 있었다.


'본인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배치하여 그 사람으로 하여금 문제가 해결되게끔 한 것도 문제 해결을 했다고 볼 수가 있는가'

아니면

'직접 실무를 뛰고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지만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고, 문제해결력을 가진 것으로 볼 것인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소통의 중심에 있거나 어쨌든 문제의 폭풍 속에 있는 사람 같은 경우에는 전자의 경우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시하기 마련이다.

유일하게 받아들여지기 위한 방법이라 한다면 내 생각에는.. "솔직함" 뿐이다.


-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없는데 지금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도와줄 수 있겠냐, 나도 열심히 배워서 다음에는 내가 반드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 부탁한다.-


실제로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어도 이렇게 부탁을 받으면 단칼에 거절하고 무시하기 어렵다. 이건 어느 정도의 문제해결력(해결능력이 있는 사람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를 문제해결력을 가진 것이라고 보는 경우는 미안하지만 보통 문제해결력을 실질적으로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경우에, 본인이 실질적인 문제해결력을 가지고 있지 못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의 논리이다.

생각보다 높은 위치에서 의사결정을 하시는 분들 중 상당히 많이 있기에 밑에서 일하는 부하 직원에게 무시당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 도대체 저 인간이 왜 저만큼의 연봉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도 누군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가? 그 정도로 많다.


인간다움도 지키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배우고 사람도 얻을 수 있도록 늘 전자의 경우를 택하길 추천한다. 혹은 전자의 경우를 충분히 겪고 해낸다면 그때는 후자의 경우로 가면서 누군가에게 문제 해결을 위임하여 맡기더라도 '저 사람은 직접 해도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데, 내가 문제 해결을 직접 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구나'라고까지 인식이 되는 경우도 봤다.


갈고닦자, 배우고 성장하자.




어찌 됐든 문제를 해결하고자 단톡방을 개설한 사람은 앞선 경우에 따라 문제 해결을 했다고 볼 수도 있고, 전혀 그렇지 않고 떠넘겼다고 볼 수도 있을 텐데 이는 상황에 따라, 인간에 따라 당연히 다를 것이다.


본질적인 부분은 '꼭 그렇게 해야만 속이 후련했냐'는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을 것이다. 분명히 모든 회사에서 그렇듯 시간은 촉박했을 것이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시킨 누군가가 있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문제 해결을 해야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본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일생일대의 책임이 주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 차례이다. 사람들을 모은다. 지금까지 욕해왔던 사람들이 우선이다. 왜냐면 그들은 나보다 능력이 있고 문제 해결을 늘 해왔기에 자존심에 욕해온 것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명확하게 그들을 가장 먼저 초대해야 한다. 지금은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다. 나는 해결을 못할 가능성이 높고 혹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기에 나 대신 누군가 해결해줘야만 한다. 최대한 나이스한 말투로.

그렇게 해결해 주면 나는 보고만 하면 된다. 혹은 내가 대표라면, 나 스스로 자위하면 된다. 오늘도 난 문제를 해결해 냈다고. 그들의 감정? 그건 그들이 알아서 할 문제다.


유일하게 이런 경우에 쉽게 목표는 같아지거든.


"지금 누가 해결할 수 있고 없고 가 중요해?, 해결하는 게 중요하지!"

"단톡방을 누가 만들었든, 왜 만들었든 그게 중요해?, 일단 해결은 해야 할 거 아니야"


실제로 능력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유일하게 이 얘기에는 동의하고 목표가 같아진다.

동기는 다르지만 결과는 같기에. 우습게도 문제는 해결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사항의 심각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푸시하는 누군가가 있고, 당하는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다. 해결하라고 소리만 치는 누군가가 있고, 해결을 직접 하는 누군가가 있다.

아예 시스템으로 파이프라인이 명확하게 짜여 있고, 그에 따른 연봉이나 조건들도 정해져 있으며 회사가 주는 네임밸류의 가치와 서로가 가지는 직위가 주는 무게감의 차이가 명확하게 있는 조직이라면 좀 덜 억울하려나? 아니면 억울함은 똑같은 정도이지만 이 상황을 술 한 잔으로 넘어가느냐, 내부 이슈레이징을 통해 시끄럽게 만드느냐, 의 차이가 발생하려나?




"00 프로젝트 내일 런칭인데, 지금 결제가 안 되는 상황인데 정확한 이유를 잘 모르겠는 상황입니다."

"근데 저도 어떻게든 찾아보려고 로그 뒤지고, 계속 Test 하고 개발자들하고도 스크럼 진행 중 확인도 계속하고, 방금도 모여서 회의를 진행해 봤는데 도저히 원인을 모르겠어서 PG사에도 확인해봐야 하는데 지금 시간이 늦어 방법이 마땅치가 않은데 혹시 좀 도움 청할 수 있을까요?"

"네 그럼 계정 한 번 주시고 제가 좀 볼게요"

"그럼 저희 개발자랑 모여있는 단톡방에 혹시 좀 초대를 드려도 괜찮을까요? 아마도 00 팀장님이라면 원인 금방 찾으실 것 같은데, 저희도 보고 배우거나 알아놓고 다음번에는 저희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보고자 합니다! 번거롭게 부탁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안 그래도 바쁘실 텐데.."

"아니에요, 일단 그럼 초대해 주시고, 제가 원인 찾으면 미팅 소집 한 번 요청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정상" 범주에 포함되어 있는 대화 패턴이라고 생각한다. "정상"

대단한 노력을 통하여 지켜야 하는 부분이 아니라 이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정상"적으로 일하는 그날이 오길!!!

오늘도 아무런 말 없이 소속이 하나 더 생겼나요?

우리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꼭 우린 "정상"적으로 처리합시다!


오늘도 사람으로서 살아가고자 꿋꿋이 버티는 직장인 모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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