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을 수는 없을까?
"저요, 저요! 제가 할게요!"
"..."
표현에도 정도가 있고 침묵에도 정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딱 그 정도의 '적절함'을 가지고 소통해 주는 직원이 그리 많지는 않지요.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정말 적극적인 의견이 필요하고 모두가 용기를 내준 의견 속에서 적절한 해답을 찾아야 할 때도 있고,
오늘만큼은 조용히 누구도 불평, 불만 없이 그렇게 지나가 주기를 속으로 간절히 원했던 때도 있고.
내 마음처럼 상황에 맞게 동료들이 척척박사가 되어주지는 않지만
가끔, 아주 가끔 서로의 마음이 맞아떨어지고 상황이 종료되었을 때의 짜릿함이란
꽤 큰 만족감을 주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이러나저러나 묵묵히 아무 말 없이 자기 할 일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각기 다른 성향과 색깔이 장점이 될 때도, 단점이 될 때도 있지요.
누구나 탐을 낼만한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생겼습니다.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입니다.
누구에게 배정을 하는 것이 좋을지, 지금 시기에는 누구에게 주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될지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이야기를 꺼내야 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조금은 착잡합니다.
분명 누구를 배정하든, 누가 하게 되든 순간의 아쉬움이 있을 테고, 탄식도 나오겠지만
그런 부분들은 여태껏 그랬듯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런 순간의 고통들은.
하지만 혹여나 나중에 돌아봤을 때 "00에게 줄걸."이라는 후회는 절대 하고 싶지 않기에 고민은 깊어집니다.
연봉협상의 시즌이 다가오면 연봉을 깎으려는 자와 올리려는 자의 일기토가 벌어집니다.
양쪽 모두 고통의 시간이고, 검증과 증빙의 과정을 거쳐 결론은 어떻게든 나게 되어있지만,
연봉협상에 '후회 없이 잘 싸웠다.' 라거나, '정말 좋은 협상이었다.'는 없습니다. 존재할 수 없습니다.
현실적인 조건과 숫자, 정확히는 돈이 오가는 협상과 조율에서는 명확한 승자도, 패자도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싸우고 그날은, 아니 꽤 긴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우울한 시기를 갖습니다.
저는 늘 멜랑꼴리 하다고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들은 일을 하다 보면 너무나도 많습니다.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선택을 받아야 하기도 하고,
싫지만 결정을 해야 하고, 결정을 당하기도 하지요. 어쩔 수 없는 생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착잡할 날도 있고, 억울한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사람들의 반응은 참 제각각입니다.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람 vs 그냥 넘어가는 사람
분명 다른 둘인데,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고, 돌이켜 생각해 보면 결정을 해야 했기에 했지만,
그 순간 정답을 찾아 맞춰보라고 한다면 꽤나 난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결정을 해내고 또 그 결정이 정답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요.
제가 해보겠다며, 이런 프로젝트를 기다렸다는 듯이 표현하는 동료를 보며 기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사하고 프로젝트할 때 어려워서 눈물을 흘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스스로 해보겠다고 표현을 다하고.
부모도 아닌데 새삼 이런 날이 오기는 오는구나 싶은 생각까지도 듭니다.
"그래, 많이 컸구나."
묵묵히 누가 결정이 되는지 기다리며 자신의 순서가 오겠지 하며 받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동료를 보면서도 기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흥미가 생길 법도 한 프로젝트이고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수도 있는데 나서기보다는 누군가를 위해 양보도 할 줄 아는구나.
"그래 참 잘 뽑았어. 저 친구."
연봉 협상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 자신의 성과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 와 일장 연설을 펼칩니다.
앞으로는 이만큼도 해낼 수 있다며 대단한 포부를 꺼내 놓습니다. 저보다 더 잘할 수 있답니다.
연봉인상률은 50%를 가져왔네요. ㅎㅎ 그저 웃습니다.
"그래도 본인 연봉이라고 최선을 다해서 협상할 줄도 아네."
연봉 협상하는 자리에 앉는 것부터 조심스럽고, 배려 넘칩니다. 손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머리를 긁적거리며, 잘 못했던 것을 먼저 훑습니다. 반성도 해보고 회고도 합니다.
연봉은 주는 대로 받겠다고 하네요. ㅎㅎ 그저 웃습니다.
"그래도 잘해왔는데, 참 묵직하네."
본인이 해보겠다는 저 의견이 왜 이렇게 꼴 보기가 싫은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나오자마자 본인이 하겠다며 욕심부리는 건 정말 참을 수가 없습니다.
실력도 아직인 것 같은데 걱정이 앞서고, 마냥 배정하기에는 마음이 어려워집니다.
"다른 사람들도 분명히 원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도대체 하고 싶다는 건지, 하기 싫다는 건지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 표정이 너무 답답합니다.
어떻게 하고 싶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결정하기도 더 어려워집니다. 늘 이런 식이지.
물어봐도 눈빛만 흔들립니다. 의견은 없습니다.
"이야기 좀 해주지. 그래야 나도 결정을 할 텐데."
노트북을 펼치고 보여주는 자료들에 엉성함이 가득합니다. 50%? 택도 없는 소리입니다.
일할 때나 이렇게 좀 준비해 보지, 본인 연봉협상에만 이렇게 진심인 것 같아 괘씸하기까지 합니다.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가 되는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노련하게 준비해 오지. 너무 유난스럽네."
본인 연봉에 대해 준비 하나 해오지 않은 모습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동결이라도 하면 회사 나가려고 하나?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제발 이야기 좀 해줬으면..
자신감 없는 모습이 겸손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너무 무기력해 보입니다.
"뭐라도 가져오지. 그럼 내가 좀 더 잘 판단할 수 있었을 텐데."
인간은 참 간사합니다. 그렇죠?
이제 생각하고 돌아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결국 장, 단점이 있는 부분이었는데 어떤 순간에는 한없이 나쁘게만 보고, 어떤 순간에는 정말 한없이 또 장점만 보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툴고 성장 중에 있어 그럴 겁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테지요.
실수하고 후회도 하고, 깨닫기도 하고, 돌아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계속 쭉.
성장할 겁니다.
전혀 다른 모습을 한 그들도 다른 모습 속에서 성장하고 적당함을 찾아갈 겁니다. 알려주자구요.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그들을 위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나눠주고,
조금 더 잘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이끌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잘했나 모르겠네요.
그렇게 함께 성장하고 나아가다 보면,
소름 돋게 서로의 의견이 딱 맞아떨어지는 벅찬 순간이 올 거라 믿습니다.
함께 하는 모두를 응원해 주세요. 저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