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끈 감기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by 시소년

질끈 눈을 감았다. 오늘도 눈엔 불쾌들이 밟혀서. 서울의 아침 댓바람은 치열하다. 무얼 위해 그리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만, 나 또한 비좁은 전철에서 단 한 걸음도 양보하지 않고자 안간힘을 썼다. 조금 불편하게 가도 된다만, 당신이 더 편하고 싶어 나를 침범했다는 사실이 이 공간보다 좁은 내 속을 분개하게 했다.

이렇게나마 보상받고 싶었던 걸까. 우린 도시의 빛을 조금 더 밝히기 위해 고귀한 저녁마다 가로등 나방마냥 콘크리트 위 솟은 빌딩숲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취미나 관심사가 비집을 틈도 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쫓기는 잠에 취한다. 어느샌가 상쾌한 아침이란 말 앞에는 오랜만에라는 수식어가 붙어버렸다.

무리하게 타는 아저씨와 늘어선 줄을 무시하는 아줌마가 눈에 밟힌다. 어깨를 맞은 아가씨가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세상에 몇 없는 아이가 떼를 쓰면 마음 넓은 어른들은 눈칫밥을 차려줬다. 눈에 가득 밟히는 이런 일들에 나도 자유롭지 못해, 그저 질끈 눈을 감고 세상을 차단했다. 밟히지 않는 아름다운 걸 뒤로 하고서.

삶의 이야기를 더는 써 내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을 적, 거품 같은 욕심을 내려놓고 두 손이 자유로울 때, 그때는 질끈 감고 외면하기에 여전히 아까운 몇몇이 있었다. 그때는 좌우가 달리 발린 너의 화장이 귀여워 보였다. 전철에 앉기 전 항상 양보를 염두했었다. 서행하는 열차에서 짜증보단 풍경을 찾곤 했다. 그래, 모두 제자리인데 나만 조금 멀어졌다. 이 도시가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실은 아직 미숙한 나의 핑계 혹은 어리광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건 두 눈을 질끈 감아도 보이기 마련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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