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됐다

정해진 건 없었는데

by 시소년

어른들 말마따나 정해진 길을 갔더라면 어디든 도착했을 텐데. 지친 하루의 끝은 꼭 후회를 선물한다. 숱한 도전에 꿈꾸던 것들을 거의 이뤘음에도, 만족은 늘 허기진 모습으로 나를 노려봤다. 마음속 불만족은 노력보다 빠르게 커졌고, 지혜는 아무리 물을 줘도 바닥을 보였다.

자유라고 노래하던 것들마저 실은 굶주림이었다. 나를 지켜주는 건 이타심이 아닌 이기심이었다. 나눔은 배가 되지 않고, 상대에게 얼마나 더 빼앗을 수 있는지를 알려줬다. 온갖 회의적인 말을 끄적여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

예년보다 면도를 더 자주 했다. 별생각 없었는데, 불현듯 구태한 어른이 보였다. 전철이 한강을 지나는 걸 눈치채지 못했을 때, 그날 날씨보다 주식 차트에 기분이 오르내릴 때, 낭만이란 단어가 욕심같이 느껴질 때, 이런 자조마저 쓸 날이 몇 안 남았다고 생각될 때, 어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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