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것

잊어서는 안 되는 일

by 시소년

우리에게는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꿈이 있었고,
쉽게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 있었다.

스물이 저무는 가을이 왔다. 새로운 앞자리를 두고 지난 무렵을 돌아보니 열아홉을 보낼 때와 달리 대견함이 섞여 있었다. 아쉬움이란 거 남기지 말자던 그때, 누구보다 뜨겁겠다고 다짐했던 그때. 그 골방에서 도망쳐 나왔던 십 대. 특별히 변한 건 없었다. 수염이 좀 더 거뭇해진 것과 세상이 더욱 빨라진 것, 분노사회가 혐오사회로 넘어온 것, 지난 아픔이 조금은 추억이 된 것뿐이었다.

하늘을 원망하는 일을 멈추기도 했다. 지긋한 가난이 몸에 배는 하루면 온종일 어린 날의 부덕함을 뒤지며 배고파야 할 이유를 찾았다. 그 끝은 매번, 더 못된 이의 배가 부르다는 생각에 머물렀고 그제야 마음껏 신을 욕보였다. 돌이켜 보니,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꿈이었다. 나는 아직도 두꺼운 지갑에 으스대지 않을 자신이 없고, 부패할지언정 음식을 나눠줄 성품이 못됐기 때문이다.

흘러간 너를 붙잡는 일도 어쩌면 이루어지지 않아야 하는 걸까. 그럴 만도 한 게 넌 나를 떠나고 더 많이 웃었을 거다. 진정으로 사랑받았을 거고, 아니 어쩌면 사랑이 무엇인지 그제야 깨달았을 테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앞서는 일들. 시간은 그런 것들이 이루어지지 말았어야 할 꿈이었다고 일러준다. 마음이 평온해진 건 억지로 노력해 무언가를 쟁취했을 때보다, 차라리 한량처럼 뜬구름 위에 누워 낮잠을 잘 때였다.

30년 동안 피워내고, 70년 동안 저물어가는 100세 시대란다. 이제 서서히 시들고, 슬슬 한 걸음 두 걸음이 세 걸음이 되지 않을 테다. 더 지치기 전에 이루지 않아야 할 것들에 메이기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새겨야겠다. 기쁠 일을 찾기보다, 지난 감사에 고마워하고, 사사로운 것에 분노를 쏟지 말자. 평생 몸을 조여온 것보다 지금껏 나를 살 게 한 것들을 사랑하고, 즐겁지 않은 순간마저 다가올 즐거움에 기대하자.

조금 살아보니 그런 것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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