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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Aug 10. 2023

엄마, 암 걸렸대.

마주하게 된 현실

어느 선선한 10월의 가을날,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때 나를 깨운 진동 소리.

엄마였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받은 전화.

"딸, 뭐 해?"

아, 나 그냥 낮잠 자고 있었어.

"아 그렇구나. 지금 통화 가능해? 엄마가 너한테 이야기해야 할 게 있는데..."

응 말해. 뭔데?

"엄마가 몸에 이상이 생겼어"

어떤 문젠데?

"엄마가 최근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이게 암 이래."


심장이 쿵 떨어졌다.

머리가 하얘졌다.


무슨 암인데?

"유방암"


그 뒤로 나는 엄마에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무슨 병원에 가야 하냐고 물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어떠한 충격도 받지 않았다는 듯이. 그러나 쿵쿵 거리는 심장소리는 내 귓가를 맴돌기 시작했다.


"이제 치료할 병원을 알아봐야 한대. 제주도에 있는 병원을 다닐지 서울에 있는 병원을 다닐지 이제 결정해야 해."

엄마는 엄마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마음을 정리한 후 나에게 전화를 한 듯했다.


나는 엄마에게 일단 알겠다고, 나도 알아보겠다고, 정해진 게 있으면 꼭 연락을 달라고 그렇게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


헐레벌떡 노트북으로 달려갔다.

'유방암'

인터넷에 이제 엄마의 병명이 된 이 세 글자를 검색했다.

점점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엄마의 병에 대해 검색하면 검색할수록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엄마와 전화할 때만 해도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내 노트북에 내 손가락으로 엄마의 병에 대해 검색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이게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이 점점 실감이 났다.


심장은 여전히 쿵쿵거렸고 눈물은 계속해서 흘렀다.

결국 나는 침대에 엎드려 토해내듯 울었다.



2020년 어느 화장한 가을날, 23살 큰 딸이 엄마의 보호자가 된 첫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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