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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Aug 20. 2023

주말에 내려갈게, 엄마

나 여기에서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

계속해서 울었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왜 하필 엄마일까.

왜 하필 암일까.


이 ‘왜 하필’이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왜 하필 오늘일까.


오늘은 내가 지원했던 인턴의 최종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이 인턴에 지원하기 위해 한 학기를 휴학했고 꼬박 두 달 가까이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준비했다. 그만큼 꼭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게 뭐야, 엄마가 암이라니.

그것도 최종 결과가 나오는 오늘 이 이야기를 듣다니.

‘허’하는 울음 섞인 웃음과 함께 ‘그냥 떨어져라’ 생각했다.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연락을 해야만 했다. 이 감정의 폭풍을 혼자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에. 내가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앞으로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를 전혀 알 수 없었다.


‘문자 보면 전화 줘!’


딱 이 한 문장을 친구들에게 보냈다.


‘왜! 무슨 일 있어?‘

‘왜! 잠깐만 금방 전화할게’


문자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친구들에게 많은 답장과 전화가 왔다. 이 연락들을 보고 나는 또 울었다. 나에게도 기댈 곳이라는 게 있다는 생각에.


‘야…’라는 울음 섞인 내 목소리를 들은 친구들은 ‘왜ㅠㅠ 무슨 일인데ㅠㅠ’라고 물었다. 눈물과 함께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친구들도 많이 놀란 듯 보였지만, 당황과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를 달래주려 했다. 괜찮을 거라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나도 이것저것 알아봐 주겠다고, 먼저 너를 잘 챙겨야 한다고.


몇 명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 친구들 모두가 나를 진심을 다해 위로해 줬다는 것. 그들의 위로에 내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는 것.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유방암’을 검색했다. 이제 눈물은 멈췄다.

최대한 병에 대해, 이 치료에 대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려 노력했다. 유방암 환자, 보호자들이

운영하는 카페에도 가입 신청을 넣어두었다.


바로 그때

징-

문자 한 통이 왔다.


‘ooo 인턴십 최종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홈페이지를 확인해 주세요 ‘


다시 차분해졌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 확인만이라도 해보자 ‘


내 이름 세 글자를 검색했다.


‘ㅇㅇㅇ님 최종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합격이었다.


왜 하필 합격이지, 그냥 맘 편히 제주도 내려가고 싶은데. 엄마 옆에 있고 싶은데. 근데 나 이것도 진짜 하고 싶은데. 나 어떡해야 하지. 다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시간이 지나도 멈추지 않는, 다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엄마 나 이번 주말에 내려갈게’

‘왜? 좀 나중에 와도 되는데’

‘아니, 괜찮아. 나 여기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


그렇게 나는 그날 제주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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