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전역하고 다시
사회의 공기를 마셨을 때,
제 앞에는 소방관이라는 거대한 꿈과
냉혹한 통계 수치가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손에 쥔 것은 공채 문제집이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지원자 수와
수만 명이 몰리는 경쟁 구도를 확인하며
제 자신감은 바닥을 쳤습니다.
고졸 학력인 제가 남들과 똑같은 출발선에서
그 좁은 문을 뚫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고,
매일 밤 책상 앞에 앉아 낡은 펜만 굴리며
한숨을 내쉬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독서실의 낡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으면
주변 사람들의 페이지 넘어가는 소리조차
저를 압박하는 가시처럼 느껴졌고,
내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매일 밤 저를 괴롭혔습니다.
차가운 형광등 아래에서 보냈던
그 시간들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길고
어두운 터널 같았습니다.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저는 매일 밤 집 근처 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
13인치 낡은 노트북을 켰습니다.
남들이 다 가는 길 말고, 내 상황에서
가장 승산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수백 번은 검색하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소방관 특채 전형에 대한
현직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공채에 비해 시험 과목 수도 적고,
무엇보다 경쟁률 면에서
제가 도전해 볼 만한 확실한
메리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꽉 막혔던 가슴에 작은 틈이
생기는 기분이었습니다.
동시에 소방공무원 경채 또한
저와 같은 조건에서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선택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화면 속에 떠 있는 낮은 수치들을 보며
저는 처음으로 희망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어보았습니다.
소방관 특채 응시 자격을
정밀하게 확인해 보니
관련 전공의 학위가 필수라는 조건이
저를 가로막았습니다.
다시 수능을 공부해서 대학
1학년으로 입학해
4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하기엔
제 절실함이 기다려주지 않았고,
당장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경제적인 여건 또한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밤늦게까지 노트북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대안을 찾던 중,
학점은행제라는 제도를 발견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며 학점을 쌓아
자격을 맞춘다면,
소방공무원 경채 지원 요건까지
동시에 충족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제 인생의 방향을 바꾼 결정적인 판단이자,
막막했던 안개 속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선명한 빛줄기였습니다.
대학에 가야만 길이 열린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제 생애
가장 큰 용기이기도 했습니다.
결정을 내린 직후, 저는 소방청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
모집요강 공고문을 출력해
몇 번이고 다시 정독했습니다.
사실 기관이나 각 교육 기관,
그리고 준비하는 시점별로
구체적인 이수 과목이나 기준은
조금씩 상이할 수 있겠지만,
제가 가야 할 방향만큼은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전공 학점들을 형광펜으로 칠해가며
체크리스트에 옮겨 적고 나니
비로소 소방관 특채 합격을 향한
구체적인 지도가 그려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소방공무원 경채 관련 필수 과목들도
빠짐없이 이수 목록에 넣었습니다.
독서실에 매일 아침 8시까지 도착해
텀블러에 커피를 가득 채우고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으로 시작해,
오후에는 온라인 강의를 켜는 루틴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책상 옆에 붙여둔 포스트잇이
빛바래 갈수록 제 꿈은 조금씩 손에
잡힐 듯 실체를 갖춰갔습니다.
물론 모든 과정이 계획대로만
흐르지는 않았습니다.
시험 과목 공부와 학점 이수를 동시에
해내는 것은 체력적으로 엄청난 도전이었고,
가끔은 수강 신청 시스템 오류로 인해
계획했던 과목을 놓칠 뻔해 식은땀을 흘리며
교육원에 수십 통의 문의 전화를 돌렸던
아찔한 기억도 납니다.
그런 작은 실수와 막힘이 있을 때마다
'과연 내가 정말 소방관 특채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그럴 때마다 화장실로 달려가
찬물로 세수를 하며 정신을 차렸습니다.
혼자서 이 모든 과정을 준비하며
느꼈던 불안감은 생각보다 컸지만,
소방공무원 경채 시험 범위까지
꼼꼼히 체크하며 화면 속 교수님의
목소리를 나침반 삼아
묵묵히 강의를 들었습니다.
가끔 창밖으로 지는 노을을 보며
흘렸던 눈물은 제 의지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양분이 되었습니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실제 시험장에
들어서던 날의 공기는
유난히 차갑고 맑았습니다.
스스로 내린 판단을 믿고 달려온
치열한 시간이 있었기에,
저는 결과와 상관없이 제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었습니다.
합격자 발표 날, 소방관 특채 및
소방공무원 경채 준비 과정의 결실인
제 수험번호 7자리를 확인하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그 순간의 떨림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은 꿈에 그리던 제복을 입고
현장을 누비는 소방관이 되었지만,
가끔 힘든 출동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카페 구석에서 낡은 노트북을 켜고
고민하며 시험을 준비했던
그 청년을 떠올립니다.
소방공무원 경채 합격을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던
그때의 절실함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았던
소방관 특채 목표가 저를
이 자리에 서게 했습니다.
간절함이 길을 만들고,
그 길 위에서의 실천이 결국
제 인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