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배제
의과대학 생활은 잠수와 비슷하다. 누가 누가 더 오래 숨을 참을 수 있나? 누가 더 오래 괴로움을 견딜 수 있나? 누가 더 오래 세상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보지 않고 참을 수 있나? 그리고 분명 그 중에는 깊이 파고 들어간 곳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복학한 지 석 달을 이제 꽉 채웠다. 생각보다 잘 쳐서 1등을 한 과목도 있고, 주관식 문제에서 어이없게 단어 마지막에 e를 빼먹거나, 6+8=10 이라는 어이없는 계산 실수를 해서 석차가 주르륵 아래로 떨어진 과목도 있다. 오늘은 성장과 발달(소아과학) 중간고사 시험을 쳤고, 내일은 생식의학(산부인과학, 비뇨기과학) 중간고사 시험을 칠 예정이다. 일단 확실한 건 난 소아과학이 맞는 사람은 절대 아니라는 것.
‘의학’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아래 하나로 묶여 있지만 조금 들여다보면 과목마다 천차만별이다. 신장학은 공부하면 할수록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이 학문이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 거지. 일단 확실히 나는 아니다. 소아과학은, 뭐랄까, 내용 자체가 어렵지는 않은데 공부하면 할수록 답답했다. 반면에 산부인과학은 공부하면 할수록 재미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