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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사삼공삼 May 22. 2022

"몬스테라 알보로 시작하는 식테크의 모든 것" 리뷰

나의 식테크 이야기


처음 식물을 팔아야지, 생각했던 때가 언제더라. 45큐브 어항에 수초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들어차서, 한 달에 한 번, 아니 두 번 이상 트리밍을 하던 때였다. 애써 기른 아이들은 잘라낸 뒤에도 생생하게 반짝거렸고, 나는 그 빛을 외면하고 쓰레기통에 버릴 정도로 강심장이 되진 못했다. 물 밖에 잠깐만 나와 있어도 시들어버리는 이 아이들을 어디에 담아 분양할 지 몰라서, 마시지도 않는 커피컵을 어찌어찌 구해다 당근마켓에 올렸다. 구매한 가격을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낮은 가격에. 그래서인지 수초는 날개 돋 듯이 팔려 나갔다.



처음엔 살아 있는 아이들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만족했다. 음, 열대어 밥 값 정도는 충분히 되겠군! 그러다 점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더 비싼 수초를 키우면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지 않을까? 더 강한 빛을 쪼여주면 수초가 더 잘 자라지 않을까? 나아가 희귀한 물고기를 키우면 더 비싼 가격에 분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45큐브 어항에 수초와 야생 열대어를 가득 채웠다.



들어간 시간과 노력을 제외한다면 열대어 브리딩 수익은 꽤나 짭짤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집에 계속 있는 본과 2학년 때야 4시간에 한 번씩 어항을 들여다보면서 열대어 밥을 먹이고 수초를 관리해줄 수 있었지, 병원 실습을 나가기 시작하는 본과 3학년이 되자 모든 게 어려워졌다. 수초야 직거래로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문고리에 걸어 두고 나간다 하더라도, 열대어는 직접 택배를 보내야 했으니까. 실습 중에 몰래 나가서 우체국을 다녀오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오랜 시간 집을 비운다는 것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열대어들은 하나 둘 죽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물테기의 시작이었다.



그 즈음 운 좋게 장학금을 조금 탔고, 큰아버지에게 예상치 못한 도움도 받았다. 통장에 들어 있는 꽤 큰 숫자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이 돈을 야금야금 생활비로 쓸 수도 있을 테다. 분명히 한 학기 정도는 아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겠지. 아주 절약한다면 2주 정도 될 짧은 방학까지도. 그런데 과연 그렇게 아껴 쓰는 게 최상책일까? 수초와 열대어가 아닌 뭔가 다른 것에 투자해서 이 돈을 더 불릴 수는 없을까? 골똘히 생각하다 문득 베란다를 보았다. 5년째 풍성히 잘 자라고 있는 외목대 토피어리 로즈마리와, 작년 여름 발아시키는 데 성공한 극락조화 다섯 포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난 식물을 잘 키워. 그리고 식물은 수초나 열대어보다는 손이 훨씬 덜 가지. 식물을 키우자. 그리고 팔자.



어떤 식물이 예쁘면서, 키우기 그리 까다롭지 않고, 되팔기도 좋은가? 우선 다육식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예쁜데, 예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전혀 내 취향이 아니었다. 마음이 가지 않으면 손길은 자연히 줄어들 것이고, 그럼 죽을 것이다. 투자 실패! 다육이는 제외다. 그 다음은 난이었다. 음, 멋있는데, 향도 좋긴 한데…정말 이게 잘 팔릴 수 있을까? 주 구매층이 50-60대일텐데, 새파랗게 어린 내가 휘둘리지 않고 제 값을 받아낼 수 있을까? 애매했다. 그러다 코로나 이후 핫해졌다는 ‘몬스테라 알보’를 만났다.



이미 몬스테라 델리시오사를 하나 키우며 열대 관엽식물의 시원시원한 매력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더 고민하지 않고 알보를 키워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공부를 시작했다. 요새 애들은 책이 아니라 유툽으로 정보를 얻는다지? ‘몬스테라 알보 키우기’로 유툽에 검색을 했더니 영상이 쏟아졌다. 수많은 영상 중에 어떤 분이 꾸준히 몬스테라 알보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올려두어서 밤이 다 가는 줄도 모르고 밤새 영상을 보았는데, 바로 The Feel Plants였다.



그냥 키우는 이야기가 아니라, 잘 키워서 잘 팔고 싶은 사람들이 궁금한 내용을 아주 알차게 담은 영상들. 컨텐츠 하나하나 깊이 고민하고 잘 전달하려고 신경을 쓴 게 느껴졌다. 동영상을 보며 중요한 내용을 필기해 두고, 드디어 알보를 들여와 열심히 키우고 있다. 오랜 얼음 상태를 버티고 따스한 날을 맞아 열심히 크고 있는 우리 알보. 더 잘 키우고 싶은 욕심에 얼마 전 영풍문고를 들러 원예서적 코너에 갔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몬스테라 알보로 시작하는 식테크의 모든 것”? 이렇게 찰떡 같은 책 제목이라니. 당장 집어들고 첫 장을 넘긴 순간 알았다. The Feel Plants의 에레디소님 책이었다!



아 못 참지, 당장 질렀다. 이 책은 에레디소님의 유툽 채널에 있는 동영상에 나오는 모든 몬스테라 알보 원예 스킬이 집약되어 있는 책이다. 식물을 키우는 족족 죽이는 사람도 책을 읽고 잘 따라한다면 몬스테라 알보만큼은 잘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 앗, 하지만 잔뜩 사 모으기, 키우기만 하고 팔지 못하면 식테크라고 할 수 없지, 몬스테라 알보를 판매하는 방법도 담고 있다. 그야말로 식테크의 모든 것을 담은 책. 식물을 키우며 짭짤한 재미를 보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아직 안 샀어요? 당장 사세요, 얼른.


교보문고 :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barcode=9791191975048#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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