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리기 어려운 변화는 항상 아주 합리적으로 시작되는가

우리는 왜 질문을 미뤘는가

by Rex

되돌리기 어려운 변화는 대개 잘못된 의도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은 그 순간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이유를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선택을 의심하기보다 받아들이는 쪽을 택한다.


어린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말 앞에서 잠시 멈춰 서기란 쉽지 않다.
아이의 안전은 언제나 가장 설득력 있는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결정들은 대체로 빠르고, 단호하며,
충분히 합리적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미 이런 선택을 여러 번 경험해 왔다.
어린이 보호를 명분으로 빠르게 제도화된 민식이 법 역시, 그 순간에는 의심보다 공감이 앞섰던 사례였다.


이 법이 옳았는지의 문제보다,
그때 우리가 어떤 질문을 미뤘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 변화는 즉각적인 제약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행동을 명시적으로 금지하지도, 움직임을 제한하지도 않는다.
선택지는 그대로 남아 있다.
다만 선택 앞에 고려해야 할 위험이 새로 추가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 변화는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많은 순간에 안심에 가깝다.
판단의 부담을 개인이 아니라 제도와 기준이
나눠 갖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변화가 반복되고 누적될 때다.
보호를 명분으로 한 기준은 대체로 줄어들지 않는다.
한 번 만들어진 절차는 관행이 되고, 관행은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기준이 된다.


이때 질문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바뀐다.
왜 이런 제도가 필요했는지가 아니라, 지금 이 기준을 굳이 완화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가 묻힌다.
되돌리자는 쪽이 항상 더 많은 설명을 요구받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되돌리기 어려운 변화는 대개 잘못된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그보다는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질문을 생략해 온 선택들의 누적에 가깝다.


우리는 틀린 결정을 한 것이 아니라,
결정에 대해 충분히 묻지 않았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위임된 권력은 언제 관리로 바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