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룬 것들의 대가

합리성을 내세운 국가는 무엇을 뒤로 미뤘는가

by Rex


문제를 미루는 선택은 대개 무책임해서가 아니라 너무 합리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이루어진다. 당장의 비용을 줄이고 지금의 불안을 낮추는 결정은 언제나 설득력을 가진다.

그래서 역사는 잘못된 선택보다 질문을 생략한 선택으로 축적된다.


로마 제정 말기, 코모두스 황제 재위기(2세기 말)의 제국은 이미 피로해져 있었다.

국경에서는 충돌이 이어졌고 내부적으로는 개혁이 필요했지만, 그 대가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제국은 알고 있었다.

군제는 조정되어야 했고 재정은 구조적으로 손봐야 했으며 권력의 운영 방식 또한 더 이상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러나 그 질문은 지금 던지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그래서 로마는 싸우기보다 지출하는 쪽을 택했다. 강화와 보조금, 군에 대한 금전적 보상, 곡물 공급과 대중적 오락은 제국을 당장 조용하게 만들었다. 불안은 낮아졌고 폭발은 지연되었다. 그래서 이 선택은 합리적으로 보였다.


중요한 것은 로마가 문제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 아니다.

로마는 문제를 보았고, 대신 묻지 않기로 했다.

이 지출은 어디까지 지속될 수 있는가, 이 방식은 언제까지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잘못된 질문이 아니었지만 지금 던질 질문도 아니었다.

그래서 로마는 질문을 해결하지 않고 지불함으로써 넘겼다.


미뤄진 질문의 대가는 즉시 도착하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축적되며, 대개 그 선택에 직접 관여하지 못한 이들에게 가장 늦게, 그러나 가장 무겁게 돌아온다.


그들은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결정을 피할 기회도 없었다. 다만 이미 내려진 선택의 결과 속에서 출발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었을 때 문제는 더 이상 고를 수 있는 안건이 아니라 감당해야 할 조건의 형태로 남아 있다. 질문은 사라지고 조정의 여지는 줄어들며 남은 것은 이미 굳어진 방향뿐이다.


그래서 미뤄진 선택은 다음 세대에게 결정의 부담이 아니라 결정 이후의 상태로 전달된다. 그 상태는 선택의 결과이지만, 선택이 허용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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