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어딘가에 정답이 있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삶이 삐걱거리고 마음이 지옥처럼 끓어오를 때면, 핸드폰을 끄고 템플스테이를 떠나거나 고상한 위로가 담긴 힐링 에세이를 뒤적이며 관념의 방석 위에 앉아 평온을 구걸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얻은 평화는 사찰의 문을 나서는 순간, 주차장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경적 소리와 밀린 업무 메일 한 통에 신기루처럼 흩어져 버린다.
산속에 박제된 부처는 우리 삶의 구체적이고 끈적한 비극 앞에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 진짜 깨달음은 고요한 명상원이 아니라, 비명이 난무하고 설거지통이 쌓여있는 당신의 거실 한복판에서 기어이 피를 흘리며 서 있어야 한다.
불교에는 강을 건너기 위해 잠시 빌려 타는 ‘뗏목의 비유’가 있다. 무사히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리고 맨땅으로 올라가야지, 그 무거운 뗏목이 고맙다고 평생 머리에 이고 길을 가는 바보는 없다는 가르침이다. 우리가 그동안 신봉해 온 사회적 잣대들, 즉 번듯한 직장과 정상적인 생애 주기, 타인의 인정과 안정된 자산이라는 것들은 모두 생의 강을 건너기 위해 잠시 올라탔던 뗏목들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새 그 뗏목 자체에 집착한 나머지, 강 한가운데 멈춰 서서 뗏목을 수리하느라 생을 다 허비하거나 강을 건너고서도 뗏목의 무게에 짓눌려 단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제 그 낡고 무거운 뗏목들을 미련 없이 불태워버릴 시간이다.
이 책은 당신에게 "다 괜찮다"는 식의 비겁한 위로 따위는 건네지 않는다. 대신 당신의 목을 짓누르는 그 거룩하고 위선적인 우상들을 단칼에 베어버리라고 선동할 것이다. 당나라 임제 선사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라고 사자후를 토했다. 나를 주눅 들게 하는 종교적 권위, 사회적 성공의 모델, 심지어 나를 옭아매는 부모라는 혈연의 족쇄까지. 내 밖의 모든 '정답'을 쳐죽여야만 비로소 '나'라는 주권이 온전히 회복되기 때문이다.
부처를 죽이고, 아라한을 죽이고, 부모를 죽이고... 마침내 피 튀기는 현실로 당당히 돌아온 자의 손에는 구걸하는 깡통 대신, 번뇌를 베어낸 서늘한 지혜의 칼이 들려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수천 년 전 선사들의 화두 16가지를 빌려, 지금 이곳 대한민국에서 각자의 진흙탕을 굴러가는 16명의 평범한 소시민들을 소환한다.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우상을 박살 내고, 찌질한 번뇌를 연꽃으로 바꿔내며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지를 낱낱이 기록했다.
이제 관념의 방석을 걷어차고 당신의 비루한 거실로 내려오라. 남의 장단에 맞춰 추는 노예의 춤을 멈추고, 피 튀기는 현실 위에서 당신만의 뻔뻔하고 찬란한 스텝을 밟아라. 이 기록은 그 지독하고도 아름다운 '거실로 돌아온 자들의 댄스'를 위한 가장 불온하고도 성스러운 매뉴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