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캣
마을 큰 시장 꽃집과 빵집 사이, 좁은 초록 문 뒤에는
엄마고양이 자밀라와 새끼고양이 샘과 척이 살고 있었어요.
엄마 자밀라는 항상 샘과 척에게 당부를 하였어요.
“사람들 많은 문 너머는 나가면 안된다”
"우리는 밤에만 다녀야 한단다"
하지만 샘과 척은 초록 문 저 너머 세상이 너무 궁금하죠.
문 틈 사이로 본 세상은 환한 빛으로 가득 차 있고
사람들은 저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다양한 표정으로 얘기를 하고 있죠.
“엄마가 안 계신 사이 잠깐만 보고 올까?”
궁금증을 참을 수 없는 샘과 척은 결국 초록 문 밑을 기어나갔어요.
그리고 다시 힘을 내어 문 앞에 쌓여있는 오래된 화분들을 타고 올라
드디어 문 밖에 펼쳐진 세상을 보았어요.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과 맛있는 냄새가 가득한 시장은 정말 환상적 이였어요.
너무 신난 샘과 척은 즐겁게 소리를 내었죠.
야옹ㅡ야옹ㅡ
그때 길 가던 꼬마들이 소리를 듣고 화분 쪽으로 걸어왔어요.
“새끼 고양이가 있네? 귀엽다”
“가까이 가보자”
아이들은 긴 막대로 화분 사이를 찔러보기 시작했어요.
너무 놀란 샘은 맨 위 화분으로 뛰어 올라가고, 척은 중간 화분 사이로 숨어버렸어요.
공포에 질려 초록 문 뒤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지만 몸이 얼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죠.
그렇게 한참을 샘과 척은 숨죽이고 있었어요.
<샘 이야기>
그때
꽃가게 주인 아저씨가 샘이 숨어있는 맨 위의 화분을 꺼내었어요.
그리고 아저씨는 그 안에 작은 모종삽으로 흙을 퍼 넣기 시작했죠.
샘 머리위로 흙이 마구 쏟아졌어요.
야옹ㅡ
소리를 내보지만 이미 흙과 샘은 섞여 버렸어요.
흙색과 비슷한 털을 가진 고양이를 아저씨는 알아보지 못했던 거예요.
잠시 후 샘의 머리위로 꽃 한 뿌리가 놓여 졌어요.
아저씨는 흙 인줄 알고 샘 머리위에 꽃을 심었던 거죠.
화분 보다 작은 샘은 꽃잎이 가려 하늘도 잘 보이질 않게 되었어요.
야옹ㅡ
야옹ㅡ
샘은 힘껏 외쳤지만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 소리에 묻혀 버렸어요.
그렇게 화분 속 샘은 머리에 꽃을 이고 꽃가게 진열대에 놓여 졌어요.
꽃가게에는 사람들로 항상 붐볐어요.
수 는 오늘 동생 유나 생일에 줄 꽃 화분을 사러 왔어요.
수네 집은 꽃가게 사장님과는 이웃에 살고 있어서 평소에도 반갑게 인사를 했어요.
여러 화분을 두루두루 보다 아담한 꽃 화분을 사기로 결정했어요.
꽃집 사장님은 곧 화분에 리본을 달아 포장을 해주셨죠.
수 는 동생을 생각하며 팔을 위 아래로 흔들며 즐겁게 집으로 향했어요.
이때 화분 속 샘은 눈이 핑글핑글 돌았죠.
"야~옹~야~옹~야~옹~”
집으로 돌아온 수는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주방으로 갔어요.
어머니가 동생을 위한 요리를 준비하고 계셨거든요.
잠시 후 아버지도 생일케이크를 사가지고 오셨어요.
모든 생일준비가 끝나자 수 는 동생에게 작은 꽃 화분을 내밀었어요.
동생 유나가 작은 꽃이 너무 예뻐 향기를 맡기 위해 코를 가져가던 순간.
꽃을 머리에 이고 있는 샘과 눈을 마주쳤어요.
“야옹ㅡ”
“어머나!!!”
놀란 유나는 화분을 머리 위로 던져 버렸어요.
화분은 식탁 위를 나비처럼 날아가서 엄마에게 떨어졌어요.
“어머나!! 고양이 머리위에 꽃이 피었어!”
화분 속 샘과 눈이 마주친 엄마도 놀라서 또 화분을 던져버렸어요.
다시 화분과 함께 날아간 샘은 소파에 튕겨져 바닥위로 떨어졌어요.
“야옹”
흙투성이 샘은 머리위에 꽃을 이고 수줍게 가족들을 보며 소리를 내었어요.
“야옹ㅡ”
“어머나 새끼 고양이네”
“어떻게 화분 속에 있었을까?”
“꽃을 좋아하는 고양이 인가봐”
가족들은 샘을 삥 둘러싸고 저마다 이야기를 하였어요.
유나는 샘을 깨끗이 목욕 시켜주고 맛있는 음식도 주었어요.
엄마와 아빠는 고양이를 꽃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었지만 유나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어요.
결국 부모님은 유나의 마음을 따라주기로 하셨죠. 오늘은 유나의 생일이니까요.
그렇게 머리에 꽃을 피운 플라워 캣은 새로운 가족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척 이야기 >
한편,
낡은 화분 밑에 몸을 감춘 척은 조심스럽게 소리를 내었어요. 엄마를 부른 거죠.
야옹ㅡ
야옹ㅡ
한참 만에 엄마가 와주었어요. 척의 울음소리를 들었거든요.
엄마는 화분 아래에서 척을 보고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어요.
사람들이 안볼 때 엄마 자밀라는 척을 내려주고 반갑게 핥아 주었어요.
그리곤 함께 다시 초록 문 뒤 세상으로 갔죠.
둘은 서로 다시 만난 마음에 안심하며 기쁘게 이야기 했어요.
야옹ㅡ
야옹ㅡ
야옹ㅡ
그런데 갑자기 초록 문이 거세게 흔들리며 쿵쿵쿵 소리가 나요.
“시끄러워 이 고양이들아”
척은 너무 놀라 엄마 품으로 웅크리고 들어갔죠. 그리고 킁킁 엄마냄새를 맡았어요.
내일 아침엔 엄마가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엄마는 샘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죠.
날이 밝고..
이제 척만 혼자 남았어요.
엄마와 샘이 무척 그리웠죠.
그때 초록 문이 덜컹 열렸어요.
아무리 올려다봐도 보이지 않는 큰 사람이 들어 왔어요. 꽃가게 아저씨죠.
척은 너무 놀라서 움직일 수가 없었죠.
“어,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남았네. 어미가 두고 갔나봐?"
“약해 보이는데요?"
“집에 데려가면 아이가 좋아 할 거 같은데, 데려가 키울까?”
"그래요. 어차피 이제 이 문 뒤에 화분을 쌓으면 이 녀석이 지낼 곳이 없어지니까요”
도망갈 힘도 없던 척은 그대로 상자에 실려 꽃집 사장님 손에 들려 갔어요.
<엄마 자밀라 이야기>
초록 문 뒤 집에 돌아와 척 마저 없어진걸 알게 된 자밀라는 무척 슬펐어요.
이제 초록 문 뒤는 더 이상 그리운 보금자리가 아니죠. 대신 화분이 잔뜩 쌓여있었어요.
자밀라는 초록 문 앞 큰 나무 화분 가지에 올라 잃어버린 샘과 척을 그리며 울었어요.
다음날 새로운 화분을 사러 수 와 아빠가 꽃집에 갔어요.
옆집에 사시는 할머니께 드릴 큰 화분을 사기 위해서죠.
아빠는 꼼꼼히 화분을 살피시며 굳게 결심을 하셨죠.
“이번엔 고양이와 함께 가지 않을 테다”
하지만
새끼들의 냄새를 느낀 자밀라는
뿌리를 살피는 아저씨의 눈을 피해
네 발로 화분 가지를 감고 그대로 잎사귀 속에 숨어 옮겨졌어요.
샘과 척이 멀지 않음을 알 수 있었던 엄마 고양이자밀라는
아저씨의 차에 오른 화분과 함께 실려가며 작은 미소를 지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