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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나 Aug 21. 2024

알고는 있지만

숨통

김OO 수필가, 이OO 수필가

두 분의 선생님이 연달아 손 내밀어 주셨다.


“내가 이런 것 외에는 도와줄 게 없네.”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 제작비를 선금으로 주셨다.


(지금은 대부분 일부 계약금을 받고 책 제작을 시작하지만 예전에는 출판사에 자비출판을 의뢰하면 책이 나오고 제작비를 지급하는 관례가 있었다. 말하자면 물건과 금전을 바꾸는 것인데 작가와 출판사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책을 만들었는데 책이 마음에 안 든다고 인수를 거절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출판사의 몫이고 그동안 책을 만들고 애쓴 보람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아. 물론 책을 만들 때 작가에게 늘 컨펌을 받는다. 그래서 자비출판의 경우 작가가 오케이하지 않는 한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니 책이 나왔는데 사소한 꼬투리를 잡으며 인수를 거절한다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난감하다. 이건 정말 유치원급 언어순화 필터를 거친 표현이므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자신의 상상력을 최대한 폭발시켜 주시기 바란다. 근래 실제로 그런 일을 겪은 1인의 호소이다. ㅠㅠ 그래서 요즘은 출판 분야 혹은 오디오북 제작 및 유통의 표준계약서가 마련되어 있어 작가와 출판사의 권리를 균형 있게 보장하고 있다. 물론 표준계약서가 마련된 계기는 이른바 ‘구름빵’ 사건으로 인한 신인작가의 권리 보장이었지만 알게 모르게 출판사도 지지리 을의 을의 을일 경우도 많다)


그날 밤 나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소리 내어 길게 울었다.


숨통은 

아주 작은 손길에서도 크게 트이는 거였다.


누군가는 나의 숨통을 쥐고 흔들었지만 누군가는 나의 숨통을 가만가만 펼쳐 주었다.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하지만 막상 닥치고 보면 그 손길이 얼마나 위대한지 모른다.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는 말이 맞긴 하지만 인생의 질곡에서 허우적대는 사람의 마음에는 1도 위로가 되지 않는 말인 것도 맞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인생이란 정말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 이럴 때 그냥 웃고, 저럴 때 가볍게 생각하면 될 일인데, 그렇게 다 지나갈 터인데, 그때는 그게 전혀 되지 않았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따라가지 않는데 어쩌란 말인가. 마음의 멱살을 잡아끌며 “야! 너 그러면 안 돼!”라고 윽박질러서 먹힌다면 참 좋겠다.)


인생이란 무조건 나쁜 쪽으로만 나쁜 쪽으로만 내몰리지는 않게 설계되어 있는 모양이다. 


그날 나는 아주 잠깐이지만 편안하게 깊은 숨을 내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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