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르다 혹은
출판사 사무실, 그러니까 내 사무실을 얻기로 결정했다.
(라고 했지만 거의 충동에 가까웠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왜?”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너무 억울했다.
결정적으로
골방에 틀어박혀 머리만 쥐어뜯기엔
인생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어차피 하게 될 거라면 지금
내 주머니에 돈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움직이자.
봄이니까.
나는 종로, 특히 계동을 정말 사랑한다.
나의 전 직장은 종로, 익선동에 있었다.
점심시간이면 후다닥 밥을 먹고 지하철 3호선 안국역 큰길을 건너면 보이는 북촌, 그 북촌의 계동길과 창덕궁 옆길을 따라 쭈욱 이어지는 골목들을 천천히 걷는 일(비록 2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은 다급한 마감에 늘 쫓겨야만 하는 운명인 출판사 편집장이었던 내게는 진심 꿀맛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길을 걸으며 꿈꾸었다.
내가 만약 사무실을 갖는다면
계동이었으면 좋겠다고
십여 년 전부터 그렇게 막연히 생각만 했다.
그건 정말 꿈이었다.
계동이라니.
언감생심이란 단어는 이런 것에 쓰이는 단어이리라.
사무실을 얻기 위해 부동산 어플, 네이버 부동산이니 다음 부동산 같은 포털을 뒤지는 일뿐만 아니라 직접 발로 뛰었다. 계동에 있는 부동산중개사무소부터 시작했지만 점점 지역은 넓어져만 갔다. 어디에서 나의 사무실을 시작할 수 있을까. 부동산중개사무소마다 걸려 있는 저 많은 집들. 전세, 월세, 매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너무 하찮게 보였다.
눈 물 또 로 록
좀 더 싼 곳
좀 더 싼 곳
그렇지만 너무 후지지 않은 곳
1달 반을 발로 뛰었다.
하~
사무실 구하는 데 분기별 내 행운을 몰빵 할 줄이야.
어쩌면 일 년치를 썼을지도 모른다.
내가 가진 돈으로 계동에 작은 사무실을 마련하는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1인출판사 내 첫 사무실이
얼렁뚱땅
우여곡절
탄생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