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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쁜 시간입니다
눈이 내리던 날에_복숭아
by
혜이디
Jul 19. 2023
딸은
시원한 수박과
노랗고 말랑 말랑한 복숭아를 좋아한다.
황도 복숭아가 잘 익었는지 맛있는 단 내음이 난다.
말랑한 복숭아의 껍질을 벗겨 육즙 가득한 복숭아를 접시에 내어 준다.
맛있게 먹는 딸을 보며 엄마 생각이 났다.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며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율이가 복숭아가 먹고
싶다 해서 먹이다 엄마 생각이 나서.."
말랑한 복숭아를 엄마도 좋아하셔서 사 드시라고 말했다.
엄마는 안 그래도 어제 마트에 들러서 복숭아를 사 드시면서 내 생각을 하셨단다.
"복숭아를 볼 때면 나는 너 임신해서 입덧할 때 생각이 난다" 하신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일을 하다 밤이면 텅 빈 집에 혼자 있는 딸을 엄마는 멀리서 걱정하셨다.
남편과 나는 처음부터 주말부부로 서로의 일을 하고 있었다.
혼자 사는 나는
입덧을 하는지 마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바쁘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은 통화를 하면서 입덧이 심한지를 물었다.
나는 낮에는 일을 하느라 정신없는데 밤에 집에 오면 잘 먹지 못한다고 했던 것 같다.
남편은 "뭘 먹고 싶어~"하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은 잘 먹지 못해 딱히 먹고 싶은 게 없는데 복숭아가 먹고 싶어"라고 말했다.
그렇게
내가
복숭아가 먹고 싶다고
말한 계절은
12월
눈이 내리던 겨울이었다.ㅋ
그때 남편은
사관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민항에서 근무 중인 선배님 중에 호주(여름이었던..) 비행 중인 분께 부탁했단다.
"오실 때 꼬~옥 복숭아를 사 오시라고.ㅋ"
선배님은 복숭아를 그대로 가져오면 세관통과가 안될 거라 생각하셔서
반으로 쪼개어 씨를 제거해서 지퍼팩에 넣어 오셔서 남편에게 건네어주셨다.
그렇게 멀리서 온 복숭아를 남편은 주말에 가지고 와서 나에게 먹어보라고 했다.
한~
겨울에 먹는 복숭아의 맛은 좋았다.
아니 어쩌면 입덧한 아내에게 먹이고 싶어
이리저리 찾아다니며 생각한 남편의 마음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첫 아이의 입덧은 잠깐 이었지만 그렇게 따뜻한 에피소드가 함께 한다.
그리고
엄마는 복숭아를 볼 때면 항상 "우리 이서방이.. 그때.." 하시며 흐뭇해하신다.
(아직은 덜 익었지만 빨갛게 익을 복숭아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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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이디
쉿! 엄마, 내 숨은 내가 쉴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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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지만 즐거운 날이 더 많은 딸의 이야기를 서 툰 엄마가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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