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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쁜 시간입니다
부부의 세계
by
혜이디
Jul 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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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지하 주차장으로 오면 되지~ 왜? 비를 맞고 와~?”
익숙한 목소리의 아주머니는 나를 걱정해 주시는 말씀을 하신다.
난 아직도 나보다 더 어른들께 혼이 나며 크는 중이다. ㅋ
“비 사이로 막~ 뛰어서 별로 안 맞았어요~” 하며 난 살짝 젖은 바지를 보인다.
비가 오는 날에 헬스장에서 만난 아주머니와의 대화이다.
운동이 막 끝난 아주머니는
오랜만이라고 나를 반갑게 대해 주시고 '우리 아저씨' 하며 남편분을 소개해 주신다.
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 나에게 아주머니는 그동안의 안부를 폭풍으로 쏟아 내신다.
서로 안 본 사이의 소식을 전하고 '점심을 차리러 가야 한다'는 아주머니께 묻는다.
아저씨 퇴직하시고 더운데 매끼 식사 차리시는 게 힘드시지는 않는지..
아주머니는 “맨날 혼자 먹다가 같이 먹으니까 안 심심하고 좋아~”
“벌써 5년도 넘어서 이젠 익숙해져서 괜찮아~” 하시며 웃는다.
항상 밝고 즐거움이 많으신 아주머니의 마음에 '긍정의 힘'이 크게 자리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새내기 시절
처음 근무하던 연구소에서 소장님의 퇴임식이 있었다.
존경하던 소장님의 퇴임식에 연구진들이 모두 함께 식사를 하던 중에
소장님 사모님의 얼굴 가득 걱정된 모습이 지금도 나의 마음에 있었나 보다.
미대를 나오신 사모님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남매를 미국대학에서 졸업하게 하셨다.
자녀들을 다 키우고 남은 시간을 즐기며 작품 활동에 즐거움을 막~ 맛보는 것도 잠시
소장님의 퇴임 후 집에 계시면 식사며 다시 주부로 돌아가야 해서 스트레스로 가득하시단다.
그땐 어린 마음에도..
잠시~
참! 두 분이 다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공무원으로 성실한 가장이었던 분이
건강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줄 알았던 퇴직이 꼭 축하의 자리가 아님을..
자식들을 키우고
이제 좀 나만의 시간을 즐기려는데 남편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여자의 삶도..
'전생에 3대가 덕을 쌓아야 주말부부를 할 수 있다는데..'
'전생에 지구를 구한 거야? 뭐야?' 하는 지인분들의 말에 웃어 보이지만 난 그 말이 싫다.
신혼부터 떨어져 살면서 두 아이들을 키우는 삶이 얼마나 아프고 외로운지..
(한 밤중에 아픈 아이를 혼자 업고 안으며 울던 날들이..)
그렇다.
나는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보다 떨어져 사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해외 근무할 때는 심하게는 몇 달에 한 번씩 만날 때도 있었으니..
아마도
나는..
전생에 지구는
물론 우주를 구했나 보다.
아무것도 구하지 말걸.ㅋ
나와 남편의 '부부세계'는 어떻까?
지금 우리 부부는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며 살아가고 있다.
남편은 퇴직하면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자고 한다.
유명한 산과 맛집을 찾아 등산도 음식도 즐기며 살자고 한다.
난 한 번씩 내 사랑이 '남편보다 등산 동호회 회원' 느낌? 이 들 때도 있다.ㅋ
주말 부부로 월말 부부로 살아가는 우리는 어쨌든 안녕하다.
그래서인지 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에 더 감사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남편의 직업 덕분에 부담 없이 해외여행을 많이 할 수 있는 건 좋다.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는 거니까..
나는 밥 하는 걸 좋아한다.
잘 차려진 밥상에서 가족들이 즐겁게 먹는 모습이 나는 참 좋다.
그리고 덕분에 건강하게 사는 것에 대해서도 항상 감사하다.
나도 좀 더 나이가 들면..
헬스에서 만난 아주머니처럼 남편의 퇴직을 반갑게 맞이하고 싶다.
그리고 함께 운동도 하고 밥을 먹으며..
'
그래
~ 혼자보다는 둘이어서 심심하지 않아 좋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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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이디
쉿! 엄마, 내 숨은 내가 쉴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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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지만 즐거운 날이 더 많은 딸의 이야기를 서 툰 엄마가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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