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이디 Aug 12. 2023

엄마와 빵

강화도 신문리미술관 조양방직카페

어린 나는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다.

하루종일 바쁜 엄마가 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서울에서 자랐지만 여자 경찰이 되어 처음으로 지방에 근무하게 되었다.

첫 근무지에서 만난 훨칠한 키의 잘 생긴 남자와 결혼을 한 엄마는 그렇게 시골집 여인이 되어갔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나는 가방을 어깨에 메고 막 달려들어온다.

"엄마~, 엄마아~"

매일 보는 엄마지만 비 오는 날에는 많은 시간을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비가 오는 날에~

엄마는..

부엌에서
네모난 식빵을 튀겨
커다란 접시에 우유와 함께 내어 주셨다.



엄마의 빵은..


네모난 식빵을 나무 도마에 올려

양쪽 모서리에 맞춰 어슷하게 자르면 가지런한 세모 모양의 빵으로 변신한다.


그 빵을 팔팔 끓고 있는 맑고 투명한 기름에 퐁당하고 빠뜨린다.

그러면 까맣고 옴폭 패인 프라이팬 안에서 '지지직~'소리를 내며 빵은 깊숙이 한번 잠수했다가 노랗게 익어 기름 위로 살짝 얼굴을 내민다.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기다란 나무젓가락으로 잘 익은 빵을 집어 들고 기름을 '톡~ 톡~' 하고 털어낸다.

그렇게 수줍은 세모 모양의 빵은 고소한 내음의 옷을 입고 나온다.


엄마는

대나무로 만든 둥근 모양의 작은 소쿠리에 흰 종이를 깔고 잘 익은 빵들을 나란히 한 줄기 기차처럼 늘어놓고 겹겹이 쌓아둔다.


그리고 하얀 설탕을 손으로 한 움큼 집어 번쩍 하고 손을 높이 들어 방금 튀겨진 세모난 빵 위에 솔~ 솔~  뿌려낸다.




마루에 앉아

마당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엄마가 갓 튀겨낸 삼각형 모양의 빵을 크게 한입 먹어본다.


'아사삭~'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함이 입안 가득하다.

빗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엄마~ 맛있어! 맛있어~"하며 나는 엄마를 보며 웃는다.


엄마는 빵을 한입 베어 물때마다 설탕 범벅이 된 내 얼굴을 닦아 주시며 웃는다.

우유를 마실 때마다 흰 수염이 만들어지는 나의 입술을 닦아 주시며 엄마는 또 웃으신다.


빵을 먹으며..

나는 단짝 친구 짝꿍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조잘거리고 엄마는 그런 나 머리를 자꾸만 쓸어내리신다.




 

[강화도에 있는..

신문리미술관 조양방직 카페는..

원래는 방직공장이었는데 리모델링하여 추억의 사진과 물건이 가득한 넓~은 미술관 감성카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들은 몰라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