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이디 Aug 02. 2023

어른들은 몰라요~

서류가 필요했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주민센터 앞에 떡~하니 서 있는 증명서 발행기기 앞이다.


내 앞에 한 분의 어르신이 서류를 인출하기 위해

지문확인창에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떼었다를 몇 번이나 반복하신다.

몇 번의 실패를 하고 나시더니 어찌어찌하여 마지막 단계까지.. 이번에는 결제가 또 문제가 된다.

카드와 현금 결제에서 카드 넣는 구간을 찾지 못해 헤매신다.

도움을 드렸더니 당황하시던 얼굴이 금방 환해지신다.

다행이다 싶었는데 인쇄된 서류를 보시더니 "주민등록번호가 다 나왔어야 하는데.." 하신다.


나는 얼른 서류를 한통 발급하고 나서

뒤에 서 계시는 분께 양보하고 다른 서류 발급을 위해 다시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런데 이 분 또한 지문확인창에서 계속 실패를 하시더니

결국 서류 체크 부분에서

"이 놈의 기계가 뭐가 이렇게 복잡해~" 하시며 포기하고 만다.




우리 아파트에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ooo프레시가 잘 되어있다.

무인 푸드테크로 AI자판기를 앱으로 이용하는 무인 식당이다.


처음 오픈 하던 날부터 여전히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혼자 있는 사람들이 간단히 먹을 점심을..

가족들의 외식을 대신하기도 하고 밀키트는 소가족이나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유모차에 몸을 의지하시고 천천히 걸어오신 할머님은 맛있게 진열된 음식들을 보시며

"정말 좋은 세상이여~" 하신다.

"우리 같은 사람은 구경만 해야 혀~" 하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팔면 한 번쯤 드셔 보고 싶은데 휴대폰에 앱을 깔고 결제하고..

그냥 눈호강만 하신단다.


은행이 무인 ATM 기기로 바뀌면서 은행들이 사라져 멀리 까지 걸어야 하는 어르신들..

햄버거 이 딴 것도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 온통 기기에서 주문을 해야 하고..

아이스크림 시원하게 한번 먹으려다 진땀 빼야 하는 주문 시스템들이..


어르신들을~


외롭게
만드는 건 아닐까?!


"우리 같은 사람은 구경만 해야 혀~" 하시던

할머님의 말씀이 자꾸만 생각에 아른거린다.


(물론 오지라퍼인 난 구경만 하시게는 안 하지만.. ㅋ)




매거진의 이전글 논밭뷰 힐링~ 파주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