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원한 적 없었을지라도
어쩌면 예정되었을지 모를
기어코 찾아와 지나쳐간 이오팔오
있는 힘껏 던진 나의 유리구슬
이토록 투명하고 선명한데
깨지기 직전 시간을 멈춘 듯
유리구슬 안과 그 바깥에서 바라본
서로 다른 현실의 왜곡에 흩어진 초점처럼
별거 아닌 것에 별일 아닌 것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무심코 던진 한마디
그 한마디에 되려 웃음이 터지고 말았던 이오팔오
누구나 한 번쯤 설레어봤을 크리스마스도 아닌
달력에 있는 매해 반복되는 빨간 숫자도 아닌데
누군가의 생일을 깜빡 잊었다가 지난 뒤 생각나듯
기억하려 애쓰거나
기억하지 않더라도
문득 떠오를 것 같은 이오팔오
시간 흘러 다시 찾아올 또 다른 숫자가 오면
영영 돌이킬 수 없이 산산조각 난
유리구슬의 예리한 파편들이 박힐 때
그 언젠가 바다에서 해넘이를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릴지 모를 이오팔오
어둑해진 잿빛 모래사장에도 없고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할 리 없는 유리구슬
흑백 꿈처럼 희미하게 사라질 나의 이오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