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길(6)

전지

by 별의 여백

이른 아침부터 온 동네를 울리는 소음에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웅성거리는 소리, 전기톱의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 무언가 둔탁하게 바닥을 치는 소리.


겨우내 빼곡히 자라난 곁가지들이 잘려나가고, 새로 돋아날 푸르름을 기대하는 입춘의 소리가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직 겨울을 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난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써 보았다.


그러나 잠은 이미 저 멀리 달아나버려, 그 꽁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오랜만에 조금 이른 산책에 나섰다.


엔진음에 맞춰 피어오른 탁한 매연 냄새와 잘려나가는 가지 사이로 흩뿌려지는 톱밥에서 나는 마른풀 냄새가,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서늘한 아침 공기에 배어 온 동네에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새어 나오는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허공을 긁어내는 엔진음을 배경음 삼아 베짱이처럼 느긋하게 길을 걸었다.


작년보다 키가 조금 커진 걸까?


어느새 단정해진 나무들이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듯했다.


한때 콘크리트 외벽에 닿을 듯 길게 자라났던 뿌리 같던 잔가지들은, 바닥에 남겨진 부스러기로만 그곳에 한때 자신이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조금 볼품이 없어졌지만, 저 나무들은 작년보다 더욱 푸르게 일 년을 살아내겠지.


듬성한 여백이 많아진 나무를 올려보다 보니, 부러움이 옅어진 입김에 묻어 나왔다.


불필요한 것들을 대신 잘라주는 그 손길 덕에, 두 계절동안 푸르름을 양껏 드리울 수 있음을 저들은 알고 있을까?


나도 옹이처럼 박힌 과거의 것들을 망설임 없이 잘라내고, 볕 아래 반짝거리는 무성한 잎사귀를 드리운 채 푸르게 빛나고 싶었다.


그러나 너무 웃자라 엉켜버린, 이젠 무엇이 불필요한 것인지 알 수 없어진 내 안의 것들을 잘라낼 방법을 난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얽히고설킨 것들의 무게에 눌려 여전히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 같은 나라도, 그것들을 모두 덜어내고 나면 지금이라도 자라날 수 있는 걸까.


내가 바랐던 것처럼, 그렇게.


나 대신 그것들의 필요를 구분해 잘라내 줄 전지(全知)한 누군가의 도움이라도 구하고 싶었다.


시선을 더 올려보니, 휑한 가지 사이로 구름 낀 회색 하늘이 보였다.


눈이나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았다.


건물 사이를 메아리처럼 울리던 소음들도, 어느 순간부터 적막 속에 몸을 숨긴 듯 사방이 조용해졌다.


나는 바람 한 점 없는 길목에 서서 잔가지처럼 모자 밑으로 삐죽 솟아난 부스스한 머리를 손으로 빗어내렸다.


그러고는 흩어진 잔가지 부스러기를 눌러 밟은 채 대답 없는 하늘만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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